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서구에서 주요 소비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고소득 무슬림 소비자를 잡아라"
낯선 종교와 문화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이방인으로 여겨지던 무슬림들이 중요한 마케팅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관심에 가려져 있던 무슬림들의 구매력은 최근 차례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무슬림 인구는 총 600만여명.최근 광고회사 JWT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무슬림 가정의 3분의 2 이상은 연간 5만달러 이상,4분의 1은 10만달러 이상을 번다.

미국 평균 가계 소득 4만2000달러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자의 비중은 절반에 못 미치지만 무슬림 중 대학을 나온 사람은 3분의 2에 달한다.

무슬림 가정은 일반적으로 자녀가 많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식품,의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을 겨냥한 특화 상품이 생겨나고 있다.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된 '할랄고기'(halal meat,'하나님의 이름으로'를 뜻하는 '비쓰밀라'를 외친 다음 칼로 짐승의 목을 단번에 베는 등의 별도 의식을 거쳐 도살한 고기)는 전 세계에서 연간 5800억달러어치가 팔리고 있다.

유태인을 대상으로 식품을 파는 미국의 마니셰비츠사도 매출의 16%가 무슬림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슬람 율법에 따른 식품을 일반 시장에서 구하지 못한 무슬림들이 대체 식품을 찾는 데 따른 것이다.

마니셰비츠는 무슬림을 대상으로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온 몸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의상인 부르카처럼 머리에서 발끝까지 감싸 노출을 최소화한 수영복인 '부르키니'도 지난 1월 처음 선보였다.

호주에 사는 레바논 이민자 아헤다 자네티가 개발한 '부르키니'는 이슬람 율법에 맞춘 일반 여성복과 함께 전세계에 인터넷으로 판매된다.

시리아의 완구회사 뉴보이 토이스는 무슬림 어린이를 위한 인형 '펄라'를 선보였다.

금발에 글래머,화려한 의상으로 유명한 바비 인형 대신 흑발과 작은 가슴,하얀 머릿수건과 이슬람 전통 의상을 특징으로 한다.

다국적기업들도 무슬림 소비자 끌어들이기에 가세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할랄 의식을 거친 닭고기 너겟 등 이슬람 교인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시험 판매했다.

매장에 광고 용지 하나 붙이지 않고 조용히 이뤄졌지만 수요가 많아 판매처를 늘릴 계획이다.

이들 기업들은 종교적 정서와 서구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보통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노골적인 상품 광고 대신 이슬람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내세우며 무슬림 민심을 파고드는 것도 서구기업의 전략이다.

코카콜라는 매년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에 '자선과 인내'를 강조한 광고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다.

라마단 기간에 먹는 만찬 '이프타'에서 여러 사람이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점에 착안한 이 광고는 이슬람 교인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카콜라는 이를 통해 무슬림 소비자에게 유독 인기가 낮은 코카콜라 브랜드를 대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고소득 무슬림 소비자를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