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14일째를 맞은 1일은 미확인 보도가 장마철의 폭우처럼 쏟아진 하루였다.

납치범인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이 제시한 최종 협상시한이 종료된 이후 7시간이 넘도록 협상 진전 여부에 대한 확실한 정보 대신 확인할 수 없는 소식들만 무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간 정부군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는 일부 외국 언론의 보도는 결국 오보로 판명되며 피랍 사태와 관련된 이날 오후의 혼돈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탈레반이 정한 협상시한인 오후 4시30분을 넘긴지 2시간 정도 지날 즈음 일부 외신이 '탈레반이 인질 4명을 추가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하며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이어 아프간 정부가 납치 사건이 벌어진 아프간 가즈니주(州) 인근에 군사작전을 예고하는 전단을 살포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고, 오후 8시41분에 발표된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이 개시됐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인질들이 최후의 카드로 여겨졌던 군사행동을 통해 모두 안전하게 구출될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이터는 첫 보도가 있은지 1시간50분만에 오보라며 이 기사를 취소했다.

로이터는 다른 외신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줄곧 군사작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하다 오후 10시31분 '알림' 기사를 통해 원 기사에 인용된 소식통의 언급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기사를 전문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현지 언론인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도 로이터통신의 첫 보도가 있은 직후 작전이 개시됐다는 뉴스를 웹사이트에 올렸으나 곧바로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군사작전 '가능성'을 짚는 기사로 대체했다.

'중동의 CNN'으로 불리는 알 자지라 방송 역시 군사작전 개시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탈레반의 추가 살해 협박' 보도 역시 잘못 알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 자지라 방송의 아랍어 채널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한국인 인질 4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 본사는 연합뉴스의 사실확인 요청에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만을 거듭했다.

이후 탈레반의 아마디 대변인은 '4명 살해 위협' 부분에 대한 연합뉴스의 확인 요청에 그런 내용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부정적인 소식들 뿐 아니라 협상의 진전을 예고하는 긍정적인 내용들 역시 확인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AIP는 이날 협상시한이 종료되기 직전 한국측 협상단이 인질들을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후 "인질과 접촉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프간 정부 협상단 일원인 마무드 가일라니 의원도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가일라니 의원은 "그것은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일"라며 "한국 대표단을 탈레반이 우글대는 산악지대로 보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인질 면담 보도에 대해 탈레반측으로부터 피랍된 한국인을 만나도록 허용해 주겠다는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실현 가능성에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았다.

가일라니 의원은 이번 협상을 주도하는 부족 원로들이 탈레반에 시한을 48시간 더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탈레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 AIP의 보도. 그러나 이 보도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무장세력이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거나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성명을 내놓지 않은 것이 현 시점에서는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