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심한 '연금 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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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보건복지부 연금정책팀장은 간부회의 석상에서 심한 질책을 당했다고 한다.
전날 한 언론에 난 '국민연금 보험료 최고 17% 오른다'는 제목의 기사 때문이었다.
보도 내용은 간단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산정 기준이 되는 소득 상·하한선을 지금보다 올려서 연금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더 타게' 하겠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거론됐던 사안이고 언젠가는 손을 대야 할 부분이어서 내용은 크게 새로울 게 없었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와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것이었다.
마침 당일 해당 팀장이 출입 기자단과 도시락을 같이 먹는 국민연금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경위를 직접 물었다.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부 방침을 그렇게 정했는데 마침 언론사에서 취재가 들어와서 답했을 뿐이다.
우리도 언론에 흘려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알아보고 싶었고…."
당장 기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연금처럼 노후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정책토론회나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방침을 미리 정한 후 언론에 흘려서 여론을 떠 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답이 걸작이었다.
"우리도 여러 채널을 통해 알아볼 만큼 알아보고 결정한 것이다.
뭐가 문제라고 그러느냐."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안을 처리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다시 보험료 인상안을 내놓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해당 팀장은 "2003년 연금개혁안 나왔을 때 했어야 했던 것이다.
이미 늦었는데 또 늦추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보다 못해 기자가 따져 물었다.
"보험료 상한선 기준을 월소득 420만원이나 460만원으로 올리면 최고 소득 계층들은 앞으로 '낸 만큼도 못 받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은 따져 봤느냐"고 말이다.
의기양양하던 그 팀장,이번엔 입을 다물었다.
대신 옆에 앉았던 다른 팀장이 말을 더듬었다.
"그건 이제 계산을 해 봐야겠는데요…."
한 시간 넘게 토론했지만 뇌리에 남은 것은 이런 관료들이 연금을 맡아서는 곤란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먹은 도시락이 얹힌 듯한 느낌이었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
전날 한 언론에 난 '국민연금 보험료 최고 17% 오른다'는 제목의 기사 때문이었다.
보도 내용은 간단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산정 기준이 되는 소득 상·하한선을 지금보다 올려서 연금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더 타게' 하겠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거론됐던 사안이고 언젠가는 손을 대야 할 부분이어서 내용은 크게 새로울 게 없었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와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것이었다.
마침 당일 해당 팀장이 출입 기자단과 도시락을 같이 먹는 국민연금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경위를 직접 물었다.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부 방침을 그렇게 정했는데 마침 언론사에서 취재가 들어와서 답했을 뿐이다.
우리도 언론에 흘려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알아보고 싶었고…."
당장 기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연금처럼 노후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정책토론회나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방침을 미리 정한 후 언론에 흘려서 여론을 떠 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답이 걸작이었다.
"우리도 여러 채널을 통해 알아볼 만큼 알아보고 결정한 것이다.
뭐가 문제라고 그러느냐."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안을 처리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다시 보험료 인상안을 내놓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해당 팀장은 "2003년 연금개혁안 나왔을 때 했어야 했던 것이다.
이미 늦었는데 또 늦추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보다 못해 기자가 따져 물었다.
"보험료 상한선 기준을 월소득 420만원이나 460만원으로 올리면 최고 소득 계층들은 앞으로 '낸 만큼도 못 받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은 따져 봤느냐"고 말이다.
의기양양하던 그 팀장,이번엔 입을 다물었다.
대신 옆에 앉았던 다른 팀장이 말을 더듬었다.
"그건 이제 계산을 해 봐야겠는데요…."
한 시간 넘게 토론했지만 뇌리에 남은 것은 이런 관료들이 연금을 맡아서는 곤란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먹은 도시락이 얹힌 듯한 느낌이었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