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이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이 백화점 대표시절 시도했다 6개월 만에 접었던 '매출연동 마진조정제'를 다시 시행키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입점업체들조차 "무리한 매출목표를 제시해 놓고 결국 매출이 늘어나면 또다시 수수료율 인상카드를 꺼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그 효용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31일 입점업체들이 일정한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부분에 대해 매출 수수료를 깎아주는 '매출연동 마진조정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입점업체가 매출 목표의 100~105%를 달성하면 목표 초과 매출에 대한 수수료를 3%,105~110% 달성 시는 5%,110% 이상은 7%의 매출 수수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매출액 상위 28%인 의류,화장품,식품 등 431개 브랜드가 대상이다.


◆입점업체들 '글쎄요'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들의 부담을 고려해 매출수수료를 깎아주기로 했고,이 같은 사례는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협력업체와 상생의지를 다지는 '협력회사 초청 2007 롯데백화점 컨벤션' 행사에서 매출연동 마진조정제 등 협력업체를 배려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우선 수수료 인하의 기준이 되는 매출목표액이 턱없이 높아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가 해당 업체들에 제시한 목표액 산정방식은 작년 매출신장률에 5%포인트를 더한 수치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한 브랜드가 작년에 1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면 여기에 5%포인트를 더한 15%의 매출신장률이 수수료 인하의 기준이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한 브랜드 관계자는 "정말 협력업체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면 고정수수료를 내리면 되지,굳이 달성하기 힘든 목표치를 정해놓고 수수료 인하를 운운하는 건 생색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롯데백화점,수수료인하 왜?

롯데백화점은 1999년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이 백화점 대표를 맡고 있을 때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3개월마다 점포별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면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성과시스템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6개월 만에 슬그머니 폐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의 갑작스런 수수료 인하에 대해 최근 입점업체들이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경쟁 백화점이나 로드숍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들을 붙잡기 위한 '회유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의 한 입점 브랜드 관계자는 "38%나 되는 매출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로드숍이나 다른 백화점으로 옮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마진조정제 도입이 조만간 고정수수료율을 인상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닌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는 올초 일부 매장의 수수료율을 인상한 바 있다.

중견 의류업체 관계자는 "롯데로서는 일단 목표치를 높게 잡아놓고 해당 브랜드가 목표를 추가 달성되면 추가로 수익이 생겨좋고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손해볼 게 없는 입장"이라며 "목표치를 달성하는 업체가 기대이상으로 많이 생기면 목표미달 업체는 퇴출압박을 받게 되거나 고정수수료를 인상시키려는 근거로 삼을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했다.

김동민/안상미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