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 폭탄'까지 쏟아지면서 증시가 시퍼렇게 멍들었다.

전날 10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936조원으로 하루 만에 40조원 가량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2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80.32P(4.09%) 내린 1883.22로 한 주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0년 4월17일 93포인트 이후 사상 두번째로 큰 낙폭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미국과 유럽시장을 지나 아시아 시장을 강타했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외국인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매물을 토해내면서 지수를 단숨에 1900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지수는 지난 200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장 중 한때 100포인트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847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7117억원 '사자'를 기록했다. 기관은 막판 '팔자'로 돌아서 76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은 1004억원 순매도였다.

외국인들이 업종 구별없이 무차별적인 융단폭격을 가하면서 전 업종 지수가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경우 100위내 기업중 현대상선이 유일하게 오름세를 기록했다. 호실적을 발표한 하이닉스와 현대차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교보증권 주가가 11% 남짓 급등하며 폭락장 속에서 빛을 발했고, 일동제약과 현대약품도 나란히 상한가에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승 종목 수는 116개에 불과했다. 하락 종목 수는 700개.

코스닥 지수도 792.06포인트로 25.22P(3.09%) 밀려났다.

외국인이 277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82억원과 24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

NHN과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포스데이타는 강보합권에서 선전했다. 이날 첫 거래일을 맞은 아구스는 가격 제한폭까지 밀려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

코스닥 시장 역시 826개 종목이 하락했고, 오른 종목 수는 145개에 불과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기간 조정이 예상된다"면서 하락 저점으로 1800포인트를 제시했다. 당분간은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삼성증권도 부분적인 차익실현과 종목 슬림화로 위험관리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