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장 중 2000포인트를 넘어선 24일에도 외국인은 '팔자' 우위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지수 움직임을 결정하는 칼자루는 완전히 기관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코스피가 1700선을 넘어선 이후 줄곧 주식 비중을 줄이는 모습이다.

지수가 2000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 100포인트 단위로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 동향을 살펴보면, 연초 1400포인트를 넘어서 1500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 외국인들은 약 1조원 가량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후 1500대에선 1조7000억원, 1600대에선 5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의 주요 견인차 역할을 했었다.

이 기간 동안 기관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1700대에 들어서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수가 1700선을 넘어선 지난 5월말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려 5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올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누적 매매 포지션도 2조원 가량의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관이 외국인들의 매물을 대부분 받아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1900선을 돌파한 후 이날 장 중 2000포인트를 찍을 때까지 7영업일 동안 외국인들은 2조원에 가까운 매물을 쏟아냈지만, 기관이 1조3000억원의 '사자'를 나타내면서 상승 행진을 주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어 예전과 달리 외국인 매매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펀드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배경으로 한 기관이 이렇듯 수급의 주요 주체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식 품귀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힘을 발휘하기 보다는 어느 한쪽이 주식을 팔아야 다른 한쪽이 살 수 있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팔려는 세력(=외국인)보다 사려는 세력(=기관, 개인)이 더 센 상황에서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주식형 수익증권의 투자자산중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20일 기준으로 7%대에 이르고 있다.

펀드내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추가 매수 여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만큼 기관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2004년 초 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현재는 35%대까지 낮아졌지만, 이머징 수준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영증권은 "단순 비교시 외국인의 비중이 이머징 수준으로 내려갈려면 이론적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5% 가량은 더 팔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요컨대 외국인들의 매도 행진이 지속된다고 해도 국내 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만큼 기관화 장세의 성격이 뚜렷해지고 있는만큼 투자전략을 짤 때도 기관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것이 유효해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최근 급등 종목의 조정과 재상승 과정은 기관의 매매패턴과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면서 "기관의 매수 시점이 종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매수 동향에 따라 반등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조정국면에 진입한 조선주의 경우 기관이 재차 매수에 나서는 시점이 본격적인 반등의 시작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