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 홍콩의 금융감독청 간부들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방문,국내 주택담보대출 규제 현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금융권역별,주택가격대별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메트릭스화돼 있는 것을 본 뒤 "어떻게 이처럼 정밀하게 규제를 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금융감독당국의 저인망식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면서 가계의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

집 한 채만 있으면 은행 등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은 이젠 옛날 얘기다.

전 금융권역에 걸친 각종 대출 규제로 인해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가 있더라도 연 소득 5000만원이면 2억원도 채 빌릴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대출 이자마저 가파르게 올라 가계 유동성 압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풀려 있는 유동성을 죄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금융감독당국이 대출규제를 동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이중삼중의 대출규제가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저인망식 대출규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은행권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소득에 따라 대출금액을 제한하는 DTI 규제를 도입했다.

차주의 현금흐름(소득) 등 대출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대출금액을 차등화하는 이른바 '여신심사체계 선진화 방안'에 따른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안을 8월부터 보험사 저축은행 단위농·수협 여신전문회사 등에도 도입키로 했다.

비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증대와 가계 부실화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고,은행의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한다.

오는 9월부터는 은행의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인정비율을 사실상 하향 조정하도록 했다.

현재 은행 자율적으로 80~85% 수준인 담보인정비율을 최소 3년 이상 평균 낙찰가율의 90% 이내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개인사업자 등이 부동산 투자를 위해 사업자금 대출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계는 제2금융권마저 대출규제를 받게 됨에 따라 가계 및 개인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더욱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잡기 vs 대출시스템 선진화

최근 잇단 대출규제와 관련,금융당국 관계자는 "DTI 규제는 선진국 은행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도입하고 있는 여신심사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선진형 대출체계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계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대출규제를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진국과 달리 LTV와 DTI를 동시에 규제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금감원이 처분조건부 대출의 강제 상환을 직접 유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출규제의 진짜 목적이 선진 여신심사 시스템 정착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하게 풀려있는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과도한 금리 인상은 전 권역에 걸쳐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