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무선 통신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면 요금이 내려갈 것이다.

휴대폰도 특정 이동통신 서비스 사용으로 구분돼 있지만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 카드 정책으로 구분을 없애면 소비자 편익이 극대화될 것이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23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통신사업자 위주로 되어 있는 핵심 통신정책 두 가지를 소비자 편익 위주로 뜯어 고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노 장관이 발표한 '재판매 의무화'는 통신망 등 설비가 없는 다른 업종의 사업자도 망 등을 빌려 통신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홈쇼핑사나 정유사 등도 KTSK텔레콤에 망을 빌려달라고 할 수 있고 KT 등은 요구가 들어오면 반드시 망을 빌려줘야 한다(재판매 의무화)는 뜻이다.

정통부는 재판매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자격조건도 따로 두지 않을 방침이다.

누구나 통신사업을 할 수 있게 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국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는 게 정통부의 계산이다.

매년 늘고 있는 가계의 통신 요금부담에 대한 불만을 '시장진입 자유화→경쟁유도→요금인하'라는 해법으로 해소해 보겠다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면 다양한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다.

정유사 홈쇼핑사 금융사 할인점 등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망이 없는 KT가 KTF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판매해 매년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현재는 KT만 이동통신 재판매).이렇게 되면 몸통은 홈쇼핑,양 팔은 이동통신,양 다리는 초고속인터넷인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다.

정통부는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해 차별금지와 우월적 지위 남용금지 보호막도 마련했다.

망을 빌려줘야 하는 기존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신규 재판매 사업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했고 부당한 거래조건을 내걸지 못하게 했다.

기존 통신사업자의 소극적 대응으로 재판매가 활성화되지 않거나 요금인하 추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유심카드 도입은 하나의 휴대폰으로 여러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SK텔레콤 단말기 보유자가 KTF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단말기를 바꿔야 한다.

유심카드 정책이 시행되면 카드만 바꿔 끼우면 된다.

정통부는 이 정책을 내년 3월 끝나는 '보조금 규제 일몰'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정통부는 분실 단말기를 아무나 쓸 수 있는 단점이 있는 만큼 개인잠금장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통부가 두 가지 소비자 위주 정책을 내놓았지만 계산대로 시장이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재판매 활성화의 경우,유·무선 시장이 KT 하나로텔레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으로 고착화돼 있는 상태에서 후발사업자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또 망을 빌려주는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기존 망 보유자들이 망 개선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대규모 자금을 들여 망을 개선하는 것은 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인데 사업자들이 범람하면 서둘러 망 업그레이드에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것.유심카드도 단말기 유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통사들의 반발을 살 공산이 크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