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스티 드라마' 해링턴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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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스티GL(파71)에서 가장 어렵다는 18번홀(파4·길이4 99야드)은 역시 '마(魔)의 홀'이었다.
2007브리티시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린 23일 박빙의 선두를 달리던 파드리그 해링턴(36·아일랜드)의 마지막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1벌타 후 친 세 번째 샷도 그린 앞 개울에 들어가버렸다.
해링턴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떨궜고 관중석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다섯 번째 샷을 간신히 홀 옆 1.5m지점에 떨궈 1퍼트.
해링턴이 더블보기로 홀아웃하자,사람들은 꼭 8년 전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무너진 장 방드 벨드(프랑스)를 떠올렸다.
'또 한 선수가 메이저대회의 중압감 앞에서 희생양이 되는구나.'
챔피언조보다 앞서 72홀을 마친 해링턴은 그러나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정규라운드를 끝냈지만 아직 승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곧바로 연습그린으로 가 퍼트연습을 하며 챔피언조가 홀아웃하기를 기다렸다.
이제 관심은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려왔던 세르히오 가르시아(27·스페인)에게 쏠렸다.
가르시아는 17번홀까지 8언더파를 달려,경기를 마친 해링턴에게 1타 앞서 있었다.
18번홀만 파로 넘기면 우승컵은 그의 몫이 될 상황.1타 여유가 있었기 때문일까.
가르시아는 '긴 홀'에서 뜻밖의 아이언티샷을 했다.
안전하게 리드를 지키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이 문제였다.
거리가 멀다 싶어 힘이 들어갔는지 볼은 벙커에 빠졌고,우승을 안겨줄 수도 있었던 2m거리의 파퍼트도 홀 왼편을 스치고 말았다.
보기.합계 7언더파 277타로 두 선수는 동타를 이뤘다.
연장전은 두 선수에게 180도 다른 양상으로 다가왔다.
가르시아에겐 다 잡았던 '메이저 첫승'을 날려버린 뒤 힘겹게 하는 게임이었던 반면,해링턴에게는 더블보기를 하고도 다시 마음을 추슬러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였다.
두 선수의 심리상태를 반영했는지,승부는 연장 첫홀인 1번홀(파4)에서 가려졌다.
해링턴이 2.5m 버디퍼트를 성공한 반면,가르시아는 그린미스 끝에 보기를 하고 만 것.2타 앞서나가기 시작한 해링턴은 네 번째 홀인 18번홀에서 보기를 했지만,파에 그친 가르시아를 1타차로 제치고 메이저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해링턴은 2004년 중문CC에서 열린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에 출전한 적이 있던 선수.유럽투어에서 11승을 올리면서 2006년 상금왕까지 올랐고 미PGA투어에서도 2승을 따내며 지난주까지 세계랭킹 10위를 달린 '숨은 강자'다.
특히 지난해 일본 던롭피닉스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평생 세 차례밖에 없는 연장전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기도 하다.
37차례 메이저대회 도전 만에 첫승을 올린 해링턴은 151만달러의 상금까지 거머쥐며 세계 톱랭커로 부상했다.
해링턴은 "긴 여행 끝에 뭔가를 이뤄낸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일랜드 선수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1947년 프레드 데이 이후 60년 만이다.
또 유럽 태생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9년 폴 로리 이후 8년 만이다.
51년 만에 대회 3연패를 노렸던 우즈는 합계 2언더파 282타로 공동 12위에 머물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2007브리티시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린 23일 박빙의 선두를 달리던 파드리그 해링턴(36·아일랜드)의 마지막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1벌타 후 친 세 번째 샷도 그린 앞 개울에 들어가버렸다.
해링턴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떨궜고 관중석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다섯 번째 샷을 간신히 홀 옆 1.5m지점에 떨궈 1퍼트.
해링턴이 더블보기로 홀아웃하자,사람들은 꼭 8년 전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무너진 장 방드 벨드(프랑스)를 떠올렸다.
'또 한 선수가 메이저대회의 중압감 앞에서 희생양이 되는구나.'
챔피언조보다 앞서 72홀을 마친 해링턴은 그러나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정규라운드를 끝냈지만 아직 승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곧바로 연습그린으로 가 퍼트연습을 하며 챔피언조가 홀아웃하기를 기다렸다.
이제 관심은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려왔던 세르히오 가르시아(27·스페인)에게 쏠렸다.
가르시아는 17번홀까지 8언더파를 달려,경기를 마친 해링턴에게 1타 앞서 있었다.
18번홀만 파로 넘기면 우승컵은 그의 몫이 될 상황.1타 여유가 있었기 때문일까.
가르시아는 '긴 홀'에서 뜻밖의 아이언티샷을 했다.
안전하게 리드를 지키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이 문제였다.
거리가 멀다 싶어 힘이 들어갔는지 볼은 벙커에 빠졌고,우승을 안겨줄 수도 있었던 2m거리의 파퍼트도 홀 왼편을 스치고 말았다.
보기.합계 7언더파 277타로 두 선수는 동타를 이뤘다.
연장전은 두 선수에게 180도 다른 양상으로 다가왔다.
가르시아에겐 다 잡았던 '메이저 첫승'을 날려버린 뒤 힘겹게 하는 게임이었던 반면,해링턴에게는 더블보기를 하고도 다시 마음을 추슬러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였다.
두 선수의 심리상태를 반영했는지,승부는 연장 첫홀인 1번홀(파4)에서 가려졌다.
해링턴이 2.5m 버디퍼트를 성공한 반면,가르시아는 그린미스 끝에 보기를 하고 만 것.2타 앞서나가기 시작한 해링턴은 네 번째 홀인 18번홀에서 보기를 했지만,파에 그친 가르시아를 1타차로 제치고 메이저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해링턴은 2004년 중문CC에서 열린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에 출전한 적이 있던 선수.유럽투어에서 11승을 올리면서 2006년 상금왕까지 올랐고 미PGA투어에서도 2승을 따내며 지난주까지 세계랭킹 10위를 달린 '숨은 강자'다.
특히 지난해 일본 던롭피닉스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평생 세 차례밖에 없는 연장전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기도 하다.
37차례 메이저대회 도전 만에 첫승을 올린 해링턴은 151만달러의 상금까지 거머쥐며 세계 톱랭커로 부상했다.
해링턴은 "긴 여행 끝에 뭔가를 이뤄낸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일랜드 선수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1947년 프레드 데이 이후 60년 만이다.
또 유럽 태생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9년 폴 로리 이후 8년 만이다.
51년 만에 대회 3연패를 노렸던 우즈는 합계 2언더파 282타로 공동 12위에 머물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