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동포들이 모인 한상(韓商) 대회에는 오지 않고,중국인 사업가들 모임인 화상(華商) 대회에 참석한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이것이야말로 사대주의 발상 아닌가."

일본에서 '빠찡꼬' 왕으로 불리는 한창우 마루한 회장(76·사진)이 최근 출간한 '나의 반생애,꿈과 희망을 가슴에'(일본어판)란 자서전에서 노무현 대통령 등 한국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 사천(옛 삼천포)의 빈농에서 태어나 1947년 일본으로 밀항한 한 회장은 빠찡꼬(일본의 구슬 게임) 사업에 성공,갑부 순위 22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그는 자신의 일생을 정리한 자서전을 내면서 '한국 정치가가 부끄러워해야 할 나쁜 매너'라는 소제목으로 한국 정치인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한 회장이 먼저 공격한 인물은 재외동포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여는 한상 대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중국 사업가들 모임인 화상 대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그는 지난해 5회째를 맞은 세계 한상대회에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던 노 대통령이 2005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화상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을 놓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상이 화상에 비해 경제력이나 네트워크 등이 약한 건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모국의 대통령은 한상 대회에 참석해 '해외에서 고생하시는 여러분,모두 열심히 합시다'라고 격려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 회장은 또 2005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한상대회 공식 만찬에 불참한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같은 시간 서울에서 일부 재일 사업가들과 사적 파티를 연 것도 질타했다.

재외 한국인 사업가들이 1년에 한 번 모국에서 여는 한상 대회를 대통령 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층이 홀대하고 있는 데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다.

한 회장은 지난해 일본 아이치현 박람회 때 열린 한·일친선협회 리셉션에서도 한국 여당의 유력 국회의원이 정해진 3분을 넘겨 15분간 장황하게 연설한 뒤 다른 귀빈들의 축사나 건배 등을 무시한 채 곧바로 떠난 행태도 비난했다.

그는 "이런 매너 나쁜 정치인이 국회의 중요한 포스트에 있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