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분석] '국부펀드' 부작용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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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보호주의 자극…자산가격 급등락 유발…민간자본 위축 초래
중앙은행은 힘이 세다.
외환보유액이 많은 중앙은행은 더욱 그러하다.
작은 제스처 하나로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지난 3월 말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 설화(舌禍)가 대표적.그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더 이상 외환보유액을 축적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자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요동쳤다.
2005년 2월24일에는 한국은행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블룸버그 등 경제기사를 다루는 주요 외신들은 연신 'BOK(한국은행)'를 외쳐댔다.
적어도 이날 하루만은 한은이 세계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발단은 한은이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외환보유액의 수익성 제고방안'.여기에 포함된 '투자 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짧은 한마디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이렇게 힘센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헐어 국부펀드까지 만들겠다고 나서자 금융시장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젠 '중앙은행발(發) 충격'이 외환시장을 넘어 주식 및 채권시장 등 모든 금융시장으로 무차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부펀드가 자칫 국가 간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소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국부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명성 결여.원조 국부펀드의 하나인 아부다비투자공사는 설립 후 30여년 동안 운용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한번도 없다.
8750억달러라는 운용 규모도 추정치에 불과하다.
현재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외엔 모두 이런 식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가장 비밀스러운 투자를 한다는 헤지펀드보다 투자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부펀드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이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투자 전략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자산 가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게다가 실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각종 루머가 횡행할 수밖에 없고 그럴싸한 소문이 불거질 때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극대화된다.
국가 간 분쟁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이 최근 '국부펀드'에 대항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이 중국 국부펀드의 블랙스톤 투자에 자극받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독일 통신 분야 독점사업자인 도이체텔레콤의 지분 4.5%를 갖고 있다.
중요 기간산업이 중국의 입김에 흔들릴 수도 있게 됐으니 독일의 고민이 깊은 것도 당연하다.
국부펀드가 본격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민족주의와 보호주의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이 지난해 태국 통신그룹인 신코프를 인수했다가 격렬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시장에서 민간자본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큰 민간자본도 한 나라의 국부펀드를 당해내긴 어렵다.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나 원유 가격이 떨어질 경우 산유국 등 해당 국가가 국부펀드를 이용해 가격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논리 대신 정치논리가 개입될 우려도 높다.
외교와 안보 분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무기로 활용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꾸 신경을 건드리면 당신네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을 한꺼번에 확 팔아버리겠다"는 식의 협박이 먹힐 수 있다는 얘기다.
독재국가의 경우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국부펀드가 자산 가격에 거품을 끼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적으로 국부펀드를 굴리는 과정에서 자산 가격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든 우려는 상당 부분 가정에 기반한 시나리오다.
국부펀드의 등장으로 국채 시장에 타격을 입게 된 미국이 의도적으로 부작용을 확대해 퍼뜨리고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중앙은행은 힘이 세다.
외환보유액이 많은 중앙은행은 더욱 그러하다.
작은 제스처 하나로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지난 3월 말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 설화(舌禍)가 대표적.그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더 이상 외환보유액을 축적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자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요동쳤다.
2005년 2월24일에는 한국은행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블룸버그 등 경제기사를 다루는 주요 외신들은 연신 'BOK(한국은행)'를 외쳐댔다.
적어도 이날 하루만은 한은이 세계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발단은 한은이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외환보유액의 수익성 제고방안'.여기에 포함된 '투자 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짧은 한마디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이렇게 힘센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헐어 국부펀드까지 만들겠다고 나서자 금융시장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젠 '중앙은행발(發) 충격'이 외환시장을 넘어 주식 및 채권시장 등 모든 금융시장으로 무차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부펀드가 자칫 국가 간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소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국부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명성 결여.원조 국부펀드의 하나인 아부다비투자공사는 설립 후 30여년 동안 운용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한번도 없다.
8750억달러라는 운용 규모도 추정치에 불과하다.
현재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외엔 모두 이런 식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가장 비밀스러운 투자를 한다는 헤지펀드보다 투자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부펀드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이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투자 전략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자산 가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게다가 실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각종 루머가 횡행할 수밖에 없고 그럴싸한 소문이 불거질 때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극대화된다.
국가 간 분쟁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이 최근 '국부펀드'에 대항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이 중국 국부펀드의 블랙스톤 투자에 자극받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독일 통신 분야 독점사업자인 도이체텔레콤의 지분 4.5%를 갖고 있다.
중요 기간산업이 중국의 입김에 흔들릴 수도 있게 됐으니 독일의 고민이 깊은 것도 당연하다.
국부펀드가 본격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민족주의와 보호주의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이 지난해 태국 통신그룹인 신코프를 인수했다가 격렬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시장에서 민간자본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큰 민간자본도 한 나라의 국부펀드를 당해내긴 어렵다.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나 원유 가격이 떨어질 경우 산유국 등 해당 국가가 국부펀드를 이용해 가격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논리 대신 정치논리가 개입될 우려도 높다.
외교와 안보 분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무기로 활용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꾸 신경을 건드리면 당신네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을 한꺼번에 확 팔아버리겠다"는 식의 협박이 먹힐 수 있다는 얘기다.
독재국가의 경우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국부펀드가 자산 가격에 거품을 끼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적으로 국부펀드를 굴리는 과정에서 자산 가격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든 우려는 상당 부분 가정에 기반한 시나리오다.
국부펀드의 등장으로 국채 시장에 타격을 입게 된 미국이 의도적으로 부작용을 확대해 퍼뜨리고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