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샘물교회 협력봉사단이 피랍된지 사흘째를 맞은 22일.

가족과 동료교인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 협력봉사단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특히 이날 오후 4시께 외신을 통해 "나토와 아프가니스탄 연합군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에 휩싸였으나 자정께 협상시한 연장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감 속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개시했는지 여부를 놓고 이날 오후 한때 혼선이 빚어졌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긴급기사를 통해 아프간 정부 발표를 인용해 피랍 지점 인근의 몇몇 지역을 봉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잇따라 구출작전 개시 사실을 부인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현지 공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아프간에서 피랍된 한국인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남아시아에 파견된 한국 외교 소식통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국방부와 현지 한국 대사관에 문의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재차 확인했다.

결국 이날 오후 7시께 외신들은 아프간 정부가 군사작전 개시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는데 외신을 통해 알려진 아프간 정부의 '해명'은 '전산 오류'였다.

○…아프가니스탄 협력봉사단에 참가한 동료들의 피랍 소식에 연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한 분당 샘물교회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무거운 발걸음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외신과 국내 언론이 시시각각 전하는 소식에 걱정과 희망이 교차하는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피랍된 봉사단원의 안전을 위해 피랍가족대책위가 '함구령'을 내린 듯 모임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같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여성은 집회 분위기에 대해 "침통 그 자체였다"며 "교인들 모두 협력봉사단 동료들이 무사히 귀국하기를 바라는 오직 한 가지 바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무장 탈레반 세력에 봉사단을 풀어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는 문제를 놓고 피랍가족대책위원회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가족들은 협상 시한이 일단 연장됨에 따라 협상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호소문 발표는 하지 않은 채 이날 오후 3시40분쯤 가족들의 심경을 밝히는 기자회견만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랍자 이정란씨(여·33)의 남동생 이모씨는 "누나가 의료봉사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는데, 반드시 돌아올거라 믿는다"는 심경을 밝혔다.

○…아랍권의 대표 방송인 알자지라방송은 오후 1시부터 40여분 동안 샘물교회 주변 분당중학교 교정에서 피랍자 가족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알자지라방송 베이징특파원과 카메라기자는 이 인터뷰를 위해 21일 급하게 입국했으며,알자지라방송 측이 먼저 피랍자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원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자리에서 피랍자 가족들은 '자원봉사'란 점을 거듭 강조하며 석방을 호소했다.

○…개신교 단체들이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원들 피랍 사건을 계기로 해외 위험 지역에서의 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정부의 해외 여행 제한 조치에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22일 "세계 곳곳에는 전쟁과 종교 간 갈등으로 신변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는 곳이 많아 위험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아프간 내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신중하게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을 촉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용규 대표회장도 "앞으로 한기총 소속 교단과 교회는 해외 봉사활동시 정부가 지정한 해외여행 제한지역 조치에 대해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종현/박민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