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도입돼 대형 마트 간 가격파괴 경쟁에 불을 지폈던 '최저가 보상제도'를 이마트가 다음 달 16일부터 폐지키로 했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대형 마트 1위 업체가 자진 포기를 선언했지만 업체 간 가격 낮추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이마트는 대상 품목이 통조림 라면 등 일부 공산품에 한정돼 사실상 용도 폐기된 최저가 보상제도를 포기하는 대신 실질적 가격경쟁 무기인 '전단(傳單)' 행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단 행사는 일주일이나 열흘 간격으로 할인 예정인 수백 가지 품목을 전단에 올려 고객들에게 싸게 파는 마케팅 기법이다.

다분히 전시성이 강한 최저가 보상제도가 사라진다고 해서 대형 마트 간 가격파괴 경쟁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저가보상제 폐지,왜 나왔나


이마트가 가장 먼저 도입한 최저가 보상제도는 대형 마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한 푼이라도 경쟁 업체보다 비싸게 팔면 고객들에게 그만큼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제품이 통조림이나 라면 등 일부 공산품에 제한돼 실효성은 크지 않은 상태다.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고객이 대다수다.

게다가 '가파라치(최저가 보상제도를 이용한 돈벌이꾼)' 등 제도 도입 취지와 무관하게 악용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제도의 모순을 거듭 지적하며 폐지를 종용해 왔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경쟁업체 점포가 한 군데 몰려 있는 지역에서 서로 최저가 보상제도를 내세우면 가격 담합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두 곳 모두 '최저가'일 수 없고 결국 보상해 줘야 하는 사태가 매일 벌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단 행사 경쟁은 갈수록 치열


이마트 측은 이날 최저가 보상제도를 포기하더라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ELP(Everyday Low Price)' 정책은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전단 행사에 올릴 품목을 늘리고 가격 할인폭을 늘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가 대형 마트업계 '빅3' 간 가격파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이 제도를 포기했다고 해서 가격 경쟁을 접은 건 아니다"며 "3개 경쟁 점포가 몰려 있는 중복 상권의 지점장들은 오히려 전단 행사를 강화하는 등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단 행사는 최저가 보상제도와 달리 전 품목을 대상으로 한 번에 160~500개 품목을 싸게 파는 행사다.

쇼핑 나온 고객들에겐 대형 마트의 전단이 수만 가지 제품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의 요약된 '쇼핑 정보'인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단 행사에 오른 품목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매출이 20% 이상 차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최저가 보상제도 폐지 여부와 관계 없이 제철 과일이나 바캉스 물품 등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들을 전단 행사를 통해 예전처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업체 간 전단 행사를 통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로선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1주일에 250~500개 품목을 전단 상품으로 올려 할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며 "최저가 보상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고객들의 쇼핑 비용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