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화려한 넥타이는 처음 보네요.잡지 '플레이보이'의 토끼무늬로 디자인한 나비넥타이를 제작해 줄 수 있나요?"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의류·액세서리 박람회 '홍콩패션위크'에 참가한 국내 넥타이업체 '아트갤'의 신영미 사장은 플레이보이지의 홍콩지부 담당자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

신 사장은 "한국적 문양에 강렬한 색상을 입힌 넥타이를 출품했더니 홍콩 중국 일본 미국 등 바이어들이 비싼 가격임에도 무작정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소개했다.

홍콩의 패션의류 분야에서도 거센 한류바람이 일었다.

1100여개사가 참가하고 2만여명의 바이어가 찾은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의 패션의류 디자인'이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참가한 16개 업체 부스에는 바이어를 비롯한 관람객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특히 11일 하루 두 차례 개최된 '슈프림 코리아 아티스트 패션쇼'에는 규정 좌석수의 두 배인 500여명에 이르는 바이어와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다.

바이어들은 한국적 전통을 살린 디자인의 정장과 드레스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프랑스에서 온 미셸 트라지에씨(45)는 "손으로 일일이 꽃을 붙여 만든 'B·P바이임연희'(대표 임연희)의 니트 드레스가 특이하고 아름다웠다"며 "소비자가가 100만원을 넘어갈 정도로 비싸지만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한복의 옷감을 입체적으로 재단해 드레스로 만든 '릴리컴즈'(대표 전미영)와 대중적인 정장류를 선보인 한아인터내셔날(대표 안윤정),도시적인 느낌이 강한 여성복의 수디자인(대표 서영수)에도 바이어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람회 참가단을 구성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관계자는 "나흘간 16개 업체가 모두 15억원가량을 현장에서 계약했으며 상담 액수도 2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제품의 가격이 비싸 대량 구매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았다.

인도에서 온 J 가우리씨(36)는 "한국산 제품은 디자인과 질이 좋아 사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망설였다.

이번 참가단을 이끈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한국은 중국과 베트남 등의 저가 제품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며 "FTA를 체결한 미국과 같은 시장에서 디자인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