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의 부활'을 알리는 우승이었다.

박세리는 16일(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실배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우스GC(파71·6428야드)에서 열린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로 모건 프레셀(미국)을 3타차로 제압했다.

첫날 선두를 끝까지 지켜낸 완벽한 경기였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

이로써 1998,1999년과 2001년,2003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5승을 거둔 박세리는 미키 라이트(시아일랜드오픈),아니카 소렌스탐(삼성월드챔피언십,미즈노클래식)에 이어 사상 4번째로 단일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수립했다.

지난해 6월 맥도날드LPGA챔피언십 이후 13개월여 만의 우승이자 투어 통산 24승째다.

올해 세계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박세리는 국내 명예의 전당에 필요한 포인트도 충족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특히 이번 우승으로 슬럼프에 대한 우려를 씻고 고대하던 '넘버 원'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쳤다.

나흘 연속 60대 타수를 친 것은 2003년 3월 세이프웨이핑 대회 이후 4년여 만이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드라이버샷 불안도 사라졌다.

박세리는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 있던 2005년 페어웨이 안착률이 55.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페어웨이 안착률은 73.2%에 달했다.

자신의 시즌 평균 65%보다 월등히 높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도 272.63야드.멀리 똑바로 친 셈이다.

그린 적중률도 75%로 치솟아 예전의 기량을 상당히 회복했음을 보여줬다.

박세리의 부활은 시즌 초반부터 조짐을 보였다.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3라운드 공동선두로 나선 끝에 공동 10위에 올라 시즌 첫 '톱 10'을 메이저대회에서 기록했다.

이어 긴오픈 공동 6위,미켈롭울트라오픈 공동 10위,사이베이스클래식 3위 등 3개 대회 연속 '톱10'에 든 데 이어 US여자오픈에서는 공동 4위에 올랐다.

특히 언더파 스코어를 내기 힘든 US여자오픈에서 3,4라운드 연속 데일리 베스트인 3언더파 68타를 때려냈다.

박세리는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다시 시작"이라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올해의 선수'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날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으로 '싸움닭'인 모건 프레셀보다 한 단계 앞선 기량을 선보였다.

프레셀은 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낚으며 박세리에 2타 앞서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며 8,9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프레셀의 홀인원을 상쇄시켰다.

박세리는 이후 15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낚으며 승기를 잡았고 1타차 선두이던 18번홀(파5)에서도 세 번째샷을 홀 바로 옆에 떨궈 프레셀의 기세를 꺾어버렸다.

프레셀은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잡는 초강수로 맞섰지만 보기로 홀아웃했고 박세리는 가볍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