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개념미술 작품이 상업화랑에 첫선을 보였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설치개념미술 작가 김소라씨(42).

그는 2003년과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해 2005년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06년 부산비엔날레 등에 참여해온 '비엔날레 전문작가'.화업 20여년 동안 순수예술에만 매달려 지금껏 작품을 단 한 점도 팔아보지 못했다.

'헨젤&그레텔'이란 제목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는 동화 내용처럼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네 삶을 은유적으로 아야기하는 대형 설치작품 3점과 개인이 소장할 만한 평면회화 20여점을 보여준다.

그는 고단한 인생 이야기를 엮기 위해 2007년 4월3일자 신문을 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던 날의 신문에서 사진과 글자는 지워내고 숫자만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질적인 두 문화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낸다.

2층 전시장에는 골프대회에서 우승해 그린 재킷을 입은 사나이와 택배회사 기사를 결합한 영상을 비롯해 금융투자상품 광고에 등장하는 '황금알',섬마을에서 공부해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소녀들의 기사를 결합한 영상 등이 소개되고 있다.

밀림에서 길을 잃고도 태연한 척 자동차 광고 속 이미지를 둘러쓰고 신문을 보는 직장인(사진)의 모습도 보인다.

김씨는 "오는 9월 이스탄불 비엔날레 참가를 앞두고 관객 반응을 알아보고 싶었다"며 "내 작품을 모두가 완전히 이해한다면 나는 빵점짜리 작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제 갤러리 이현숙 대표는 "작품의 배경이나 메시지에 대해 설명을 듣지 않으면 도통 이해하기 힘든 개념적인 작품이 상업화랑에 나온 것은 미술시장의 구조가 다양화되는 증거"라며 "기업과 미술관의 컬렉션을 위한 작품으로 가격은 점당 1000만~30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8월26일까지.(02)3210-98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