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가 '한국 킬러' 밀란 마찰라(64)의 벽 앞에 또 주저앉았다.

축구대표팀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바레인과 2007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로 역전패했다.

바레인 대표팀의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한 것은 바로 '한국축구의 저격수' 마찰라 감독이었다.

한국 축구는 한.일 월드컵 4강의 단꿈에 젖어 있던 2003년 10월 충격에 휩싸였다.

오만에서 열린 2004 아시안컵 예선에서 홈팀 오만에 어이없는 1-3 패배를 당했다.

일명 '오만 쇼크'였다.

당시 상대팀 감독이 바로 체코 출신 마찰라였다.

이 패배로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 대표팀 감독은 비난에 휩싸였고, 이듬해 중도 하차의 실마리가 됐다.

마찰라 감독은 쿠웨이트를 이끌고 1996년과 1998년 두 차례 걸프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중동을 주 무대로 이름을 날린 지도자다.

바레인에 앞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 아라비아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1996년 UAE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다른 팀을 이끌고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바레인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 4월 마찰라 감독을 영입한 것도 한국, 사우디에 대한 대비였다.

마찰라 감독과 한국 축구의 악연은 1996년 아시안컵에서 시작됐다.

마찰라 감독은 쿠웨이트를 이끌고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을 2-0으로 눌렀다.

사우디 지휘봉을 잡은 2000년 아시안컵에서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일본에 1-4로 패한 뒤 전격 경질됐다.

하지만 그의 제자들은 이후 전열을 가다듬어 승승장구하며 준결승에서 한국을 2-1로 꺾은 뒤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오만 쇼크' 뒤 태극전사들은 2004년 2월 울산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오만을 5-0으로 대파했지만 응어리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타이틀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간판을 달고 나온 마찰라 감독에게 진 빚을 갚으려 했다.

하지만 '악연'만 되풀이했고, '쇼크'만 더하고 말았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