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익 초대 위원장의 중도 사임까지 초래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내분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후임 위원장이 공식 임명될 때까지 2개월가량 위원회를 이끌 직무대행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예술위 사무처 관계자는 12일 "한명희(전통예술) 김언호(문화일반) 김정헌(시각예술)씨 등 원로급 위원 3명이 지난 11일 논의 끝에 최고령자가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위원회 정관에 따라 한명희 위원이 직무대행을 맡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일부 위원들이 반감을 표시해 한 위원이 직무대행을 맡게 될지는 전체회의를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화예술위는 지난 9일 회의에서 원로급 위원 3인 회의를 거친 뒤 전체 위원들의 이견 여부를 물어 직무대행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직무대행에 대한 정관 규정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복잡한 논의 절차를 거치는 것은 위원들 간의 심각한 반목과 힘 겨루기가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고령자인 한 위원이 '원월드뮤직페스티벌' 개최에 대해 공연행사 추진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사태를 확산시킨 간접적인 책임이 없지 않다는 시각도 작용하고 있다.

한 위원은 지난 5월 "예술위 사무처가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행사를 위원회 승인이나 보고도 없이 추진해 왔다"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문화예술위 노동조합도 한 위원이 내분을 수습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입장이다.

이한신 노조 위원장은 "정관에 의해 최고령자인 한 위원이 직무대행을 맡게 돼 있더라도 물러나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파열음은 2005년 관 주도의 문예진흥원에서 민간 중심의 단체로 전환한 문화예술위가 연간 1000여억원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벌이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채 위원들 간의 장르 이기주의에 빠져 여러 이익단체들의 다양한 요구와 불만을 조정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