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서울우유 상임이사(64)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농협중앙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뒤늦게 전문경영인으로서 빛을 발하고 있는 드문 케이스다.

틈틈이 공부한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이 상임이사는 1999년 농협중앙회를 정년 퇴직하고 자회사인 남해화학(1999~2001년)에서 58세까지 전무이사를 지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정년 보장이 힘든 요즘 분명 '직장 운'을 타고났다는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하지만 2002년 남해화학에서 분리된 정밀화학 업체인 휴켐스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년 만에 휴켐스 매출을 6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렸으며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를 4000원까지 끌어올린 것.서울우유가 70년 만에 처음 시도한 민간 기업 출신의 전문경영인 공개 모집에서 이 상임이사가 대우 삼성 등 쟁쟁한 대기업 출신 CEO(최고경영자) 15명과의 경쟁을 뚫고 선출된 것도 이 같은 저력이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취미생활도 남다르다.

회사 생활 틈틈이 취미 정도로 시작한 한국역사에 대한 내공은 대학 강단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한국역사,특히 고조선 등 상고사(上古史)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웬만한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2005년 가을학기부터 경희대 행정대학원에서 특강을 맡아 3학기 동안 90분짜리 상고사를 강의했다.

작년 10월과 올 5월에는 공주대 경영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잃어버린 상고사의 뿌리와 진실'을 강의했다.

"2005년 휴켐스를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 우연히 제주도의 한 식당에서 벌인 낯선 사람들과의 난상토론이 계기였죠.서로 신분도 모르고 2시간 동안 벌인 토론 상대방이 김대규 당시 경희대 행정대학원 원장이었고,그가 즉석에서 강의를 제안했던 거죠.졸지에 '백수'가 대학 강단에 서게 된 겁니다."

그는 몇 해 전 고조선과 발해 유적지를 다녀온 뒤 국궁(國弓)에 빠져 있다.

요즘도 휴가나 틈나는 대로 국내외 역사현장을 둘러보는 이 상임이사는 기업경영도 '현장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회사의 존망을 좌우하는 경쟁시대에 임직원이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은 직무유기죠.고객과 회사 제품이 만나는 최일선인 현장에서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죠."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7월1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