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은 산지 직거래 폭을 넓혀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이려고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대형 유통업체에서 농·축·수산물(신선식품) 구매와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전문 바이어는 그 업체를 통틀어 한두 명뿐이다.

인사 이동이 있을 때마다 보직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선식품 바이어는 부임하자마자 혼자서 담당 분야의 생산물이 전국에서 어떻게 출하되고 관리되는지를 파악하기에 급급하다.

직거래 시장을 넓히는 시간보다는 하루하루 상품이 어떻게 팔려 나가는지,새로운 소비자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는지를 파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이 때문에 바이어들은 협력업체에 생산물 구매와 관리를 일임하고 있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혼자서 산지 생산물의 데이터를 분석,구매하는데 항상 시간에 쫓긴다"며 "바이어들이 산지 직거래를 확대하려면 지금보다 인원이 10배 이상 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우의 경우는 전문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에 난립해 있는 한우 브랜드 수는 200여개.하지만 이 많은 브랜드 중 옥석(玉石)을 가릴 수 있는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형 마트 육류팀 관계자는 "축산 바이어 인원은 고작 한두 명인데 전국의 모든 한우 브랜드를 자세히 파악해 거래를 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우 브랜드육 생산자의 품질 관리가 일정하지 않고 중도매인에게 사는 것보다 결코 싸지 않아 굳이 직거래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허덕 농촌경제연구원 팀장은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산지 직거래에 소극적인 것은 브랜드 한우육 생산자들이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최상급 한우(1등급 이상) 시세보다 5∼10%가량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한우 브랜드의 활성화를 위해 거래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산물은 다단계 유통 구조 외에 불필요한 규제가 겹쳐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있다.

포장에 대한 규격화가 대표적이다.

생산자와 유통 업체의 이해관계 등으로 규격화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대량으로 박스에 담아 도매시장에 내놓는 생산자와 100g 단위로 다시 소량 재포장하는 유통 업체 사이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철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수산물 경매사는 "한 박스에 어느 때는 고등어 18㎏,어느 때는 23㎏ 상자에 담겨 도매시장에 들어온다"며 "생산단계에서부터 포장의 규격화가 이뤄진다면 굳이 적은 물량을 큰 박스에 담지 않아도 돼 물류비는 절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