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부터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바꿔라.'

대부분의 기업에서 고객중심 경영은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LG전자의 고객중심 경영은 다르다.

최고경영자(CEO)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제품 기획부터 최종 판매까지 전 단계에 고객중심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입으로만 외치는 헛구호가 아닌 회사 경영의 중요한 실천 전략이란 게 LG전자의 고객중심 경영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고객중심 경영을 LG전자에 뿌리 내린 주역은 남용 부회장이다.

남 부회장은 올초 CEO로 취임한 이래 고객 지향적인 마케팅과 전략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특히 그는 기존 사업본부를 고객 경영의 정신에 맞게 개편했다.

그는 올초 열린 첫 임원 회의에서 "마케팅 조직과 유통채널 구축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의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반영,그 지역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기존의 제품별 마케팅 조직을 지역별 마케팅 조직으로 재편했다.

예컨대 해외 마케팅 조직의 경우 이전까지 냉장고 세탁기 등 품목별로 운영됐던 조직을 미주·아주·중아팀,유럽·CIS·중국팀 등 지역 단위로 조정했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을 지역별로 나누고 품목별 하위 조직을 구성,지역 내 통합 마케팅 효과를 더욱 강화했다.

사장단 회의도 고객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장이다.

LG전자는 남 부회장과 4개 사업본부장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에 앞서 항상 '고객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 시간은 경영진들이 2~3분 분량의 고객과 상담원 간 통화 내용을 직접 들으면서 품질, 친절도, 만족도 등을 체감하게 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고객서비스센터로 걸려 온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그대로 전해 듣기 때문에 내용에 따라 얼굴이 붉어지거나 고개를 못 드는 경영진도 많다.

만약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제품을 만드는 사업본부장이 직접 보고하고 개선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남 부회장은 해외 출장 중에 반드시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

해외 법인을 방문하기 전에 현지 고객 2~3명의 집을 직접 찾아 1~2시간 동안 △어떤 제품을 쓰고 있는지 △그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일반적인 가전 제품에 대한 생각 등 고객과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눈다.

고객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