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 농산물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10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한미 FTA 협상결과와 활용방안'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중국과 왜 먼저 FTA를 추진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중국은 233개 농산물 품목에서 우리와 경쟁하기 때문에 섣불리 FTA를 시작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중국과 FTA를 추진하는 데 고려해야 할 것은 "지적재산권보호, 투자자보호, 서비스 개방 등 공산품 수출 외 몇가지 핵심 분야가 더 있다"며 "한중 FTA 공동연구가 올해말에 끝나는데 중국과는 FTA를 할 것이고 차기 정부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한국의 2번째 교역대상국이고 1번째 투자국인 유럽연합(EU)과 곧 FTA 2차 협상을 시작한다"며 "농업 등 민감한 분야가 없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 협상하기가 (미국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포럼 참석자로부터 "쌀은 계속 개방의 '성역'으로 남겨놓을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쌀 개방은 2014년까지 예외를 인정받아 놓은 상황이어서 현재로서는 그쪽으로 가는 것이 방침"이라며 "그러나 의무 수입 개방 물량 증가도 부담이 되는 만큼 현재 상황을 계속 끌고 갈 것인지, 개방하는 것이 유리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쌀 개방은 워낙 민감한 문제인 만큼 어느 한쪽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 전망에 대해 "민주당의 미국 의회 장악 이후 비준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나 양국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외교에서도 협조해야 하고 동맹관계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의회가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FTA 추진이 중단된 데 대해 "일본은 우리가 유일하게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인데 일본이 의도한 농산물 시장개방 수준이 너무 낮아 중단시켰다"며 "부품, 소재 분야의 예상 피해도 큰데 이에 대비하지 않은 채 한일 FTA를 출범시킨 것은 무책임했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FTA 협상을 거절당해 현재 낮은 수준의 FTA를 추진하고 있는 멕시코로부터 완전한 FTA 추진을 제안받았다며 이는 한미 FTA 타결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또 한국경제의 '샌드위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FTA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인수합병(M&A) 추진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산업은행 등은 큰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기업 차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본부장은 포럼 참석자들이 한미 FTA 타결의 뒷얘기를 요청하자 "조만간 이에 관해 자세히 쓴 자서전이 나온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에 대한 지지, 한미 FTA 마감시한 연장 등 일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멕시코 방문 중 노대통령을 독대해 한미 FTA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이후 노대통령이 14개월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미 FTA를 전적으로 지지해줬고 마지막 1주일 협상에서도 노대통령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이 FTA 협상을 진행하는 데는 마감시한 연장, 추가협상 요구 등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다"며 이때문에 협상 막판에 미국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고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