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과 2006년에 상장업체를 인수하면서 잇달아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던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시장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거듭되는 실적 악화와 그에 따른 주가 부진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류 열풍이 사그라들고 영화산업에 찬바람이 불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라지는 엔터업체

지난 6일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강제규 감독과 이은 감독이 이끄는 MK픽처스가 김영균 강원방송 대표에게 매각됐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인 강제규 이은 심재명씨 등이 보유 주식 1296만주(29.09%)를 150억원에 팔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04년에 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뿐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영업손실 57억원,11억원을 기록했다.

2004년 우회상장 당시 4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올 들어 500∼1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MK픽처스뿐만이 아니다.

개그맨 서세원씨가 우회상장했던 닛시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증권사 출신의 개인(오성민씨)에게 팔려 에스앤이코프로 이름을 바꿨다.

그룹 '신화'의 소속사인 굿이엠지와 '예의없는 것들' 등을 만든 영화제작사 튜브픽쳐스도 자원개발업체에 팔려 사명 변경을 앞두고 있다.

또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를 만들었던 유비다임과 드라마 제작업체인 에이트픽스도 한국기술투자와 구조조정업체인 케이디파트너스에 각각 매각됐다.

영화 '청춘만화'로 유명세를 탔던 팝콘필름도 자금난으로 팬텀엔터테인먼트에 팔리면서 도너츠미디어로 이름을 바꿨다.


◆전망도 밝지 않아

남아있는 엔터업체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엔터업계 대표주로 주목받았던 팬텀엔터테인먼트는 대표이사의 횡령,불공정거래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무려 416억원의 적자를 냈고 1분기에도 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K텔레콤에 인수된 영화제작사인 IHQ도 올 1분기에 27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JS픽쳐스도 1분기에 16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사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냈던 태원엔터테인먼트마저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KT가 인수한 올리브나인만 소폭의 흑자를 냈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종목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상승장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영화 드라마 분야의 시장이 너무 좋지 않은 데다 전망도 불투명해 몇 개월 전부터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임진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시장 규모는 커지지 않았는데도 우회상장 업체들이 세력 확장을 위해 경쟁적으로 과도한 자금을 사용하다 보니 부실화가 촉진됐다"며 "당분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