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와 PDP 등을 생산하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올 하반기 전망은 밝은 편이다. 수년간의 불황에 따른 '학습효과'로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주춤한 데다,내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수요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LCD업계의 시황은 이미 상반기에 바닥을 찍었다. 노트북PC와 모니터에 들어가는 정보기술(IT)용 패널 가격은 지난 3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연초 가격을 회복했다. TV용 패널 가격도 32인치 제품을 중심으로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AUO 등 수익성이 악화된 주요 업체들이 예정된 설비 증설을 연기하는 등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이 있는 하반기에는 대체로 상반기에 비해 수요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TV용 패널의 평균 판매 가격은 오는 9월 올 들어 처음으로 4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연말에는 업체들의 재고 소진으로 다소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급락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등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DP업계는 꾸준히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희망적이다. 하반기에 50인치대 풀HD TV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PDP 패널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4분기 50~54인치 PDP TV의 수요량은 115만대로 지난 2분기의 67만대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40인치대에서는 지난해 LCD업계에 우위를 빼앗겼지만 50인치대의 경우 아직 LCD진영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따라서 올 하반기에는 50인치대 PDP 패널을 좋은 가격에 많이 팔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1위인 일본 마쓰시타의 가격 정책에 따라서 하반기 PDP 시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마쓰시타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시즌에 42인치 PDP TV를 1000달러 이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아 업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갔었다.

현재 마쓰시타의 PDP 패널 재고량은 55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와 같은 살인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럴 경우 PDP 업계는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해 마쓰시타 내부에서도 가격 할인 이벤트로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PDP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빠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올해는 마쓰시타도 가격 인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