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제조업 및 정보기술(IT) 업체들을 끌어들였던 중국과 인도에서 근로자 임금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 지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 사이에 임금 상승을 견디지 못해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친디아(중국+인도)의 임금 상승세는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이 지역 외국 기업의 경영 압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 5년평균 12% 상승 '압박'

중국 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는 2일 2006년 중국 노동자들의 연 평균 임금은 1만2001위안(1위안=약 120원)으로 전년보다 약 14.3%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중국 근로자 임금 상승률은 2002년 이후 연 평균 12%를 기록,같은 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9.2%보다 2.8%포인트 높았다.

이 기간 임금 상승률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 1일부터 노동자 월 최저임금을 640위안에서 730위안으로 14.1% 인상,8년 만의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상하이 광저우 톈진 등 대부분 연안도시 역시 올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렸다.

최저임금은 일반 제조업체들이 직원 급여를 책정하는 기준으로,대부분의 기업들은 최저임금 상승률에 맞춰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의 차이팡(蔡昉) 소장은 "노동구조로 볼 때 중국은 2013년 이후 본격적인 노동 인력 감소 시기로 접어들 것"이라며 "중국 근로자 임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동부 연안도시의 기존 공장을 안후이 허베이 등 내륙으로 이전하거나,아예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광둥성 둥관(東莞)에서 싱가포르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류린핑 사장은 "중국 법규를 철저히 지켜야 하는 외국 투자기업들은 중국 국내 기업들보다 임금 인상의 충격을 더 받고 있다"며 "둥관에 진출한 완구 신발 모자 등 외국 제조업체의 약 40%가 지난 1년 사이 문을 닫았거나,공장을 내륙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인도의 온라인뉴스인 비즈니스 스탠더드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06년 인도 근로자 평균 임금은 22% 올랐다.


◆ 인도 ‥ IT 50% 올라 일부 '철수'

인도의 임금 상승률은 외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2002년 이후 급상승 추세를 보여왔다.

분야별로는 외국 기업의 투자가 많은 IT 통신 은행 항공 등의 분야가 높았다.

IT 및 통신 분야의 작년 임금 상승률은 30∼50%에 달했고,항공은 무려 93.2%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진출한 외국 기업 중 일부는 이미 가격 경쟁력을 상실,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인도 벵갈루루에 진출한 미국 정보검색 업체인 라이크닷컴의 경우 고위직 직원의 임금이 본사 임원 수준에 육박하는 등 임금이 높아지자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라이크닷컴 벵갈루루 법인의 문잘 샤 법인장은 "벵갈루루 고급 노동력 임금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며 "벵갈루루 법인의 전체 직원 평균 임금은 캘리포니아 본사의 7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벵갈루루 법인의 평균 임금 수준은 2년 전만 하더라도 본사의 20%에 불과했었다.

인도 뭄바이에서 직원 1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역시 작년 직원 임금이 54% 오르자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 본사의 요구에 맞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아웃소싱 업무를 하고 있으나 점점 가격을 맞출 수 없다"며 "차라리 아웃소싱 사업을 중국 또는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