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의 이슈경제학] 정보의 비대칭성 ‥ 완전경쟁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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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중에서 겉은 번드레해도 속은 엉망인 차를 미국에서는 레몬이라고 부른다.
아마 신맛만 있고 겉색깔과 속의 색깔이 다른 속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중고차 시장에 가 보면 어떤 중고차가 레몬인지 아닌지를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일정 기간 동안 계속 타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금방 알기는 힘들다.
그러니 시승 몇 번 해 보고서 구매를 결정해야 할 입장에서는 세일즈 맨의 화려한 언변에 속아 레몬을 고르고 며칠 지나지 않아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고차 시장에는 왜 이리 레몬이 많은 것일까.
제대로 된 중고차를 잠정적으로 오렌지라고 부르고 가격이 100이라 하자.속이 엉망인 레몬의 가격은 50이라 하자.레몬인지 오렌지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면 각각의 물건은 100 아니면 50에 제대로 거래될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아서는 어느 쪽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고차를 고른다고 하고 레몬을 만날 확률과 오렌지를 만날 확률을 반반이라 하자.이 경우 중고차의 가격 기대치는 75 정도가 된다(오렌지 가격 100에 오렌지를 만날 확률 0.5를 곱한 숫자와 레몬 가격 50에 레몬을 만날 확률 0.5를 곱하여 더한 값).말하자면 어느 게 어느 것인지 모르니 평균 가격 75 정도가 적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한다.
오렌지 즉 좋은 중고차를 가진 차주인은 내심 반발한다.
자신의 물건 가치가 100인데 시장에서는 잘 모른다며 75로 평가하니 물건을 시장에 안 내놓게 된다.
반대로 레몬을 가진 차주인은 자신의 물건 가격은 50인데 시장에서는 75 정도를 받게 되니 신이 나서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차 시장에는 레몬이 가득 차게 되고 오렌지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이것이 아컬로프라는 경제학자가 제시한 모형이고 그는 정보경제학을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문제인가.
차주인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가 여러 번 나서 고치거나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부분에 대한 솔직한 정보를 다 공개한다면 레몬이니 오렌지니 하는 얘기조차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들은 자신의 사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각자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유리한 정보만 내놓기 십상이다.
이렇게 자신은 알지만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은 모르는 정보가 생기는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레몬인데도 이를 레몬이 아닌 것처럼 포장할 수 있거나 이를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상황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며 중고차 시장에 레몬이 넘쳐나는 것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는 보험 시장에서도 문제를 야기한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가 있다고 하자.그는 조심운전 방어운전을 통해 사고를 안 일으키려 엄청나게 노력할 것이다.
이 모습을 본 보험사 담당자가 그의 노력을 가상히(?) 여기고 그를 우량 고객으로 분류,비교적 싼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하도록 조치하였다고 하자.여기서 우량 고객이라 함은 사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만 하지 보험금을 타갈 확률은 낮은 고객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고객의 조심스런 태도가 보험 가입 이후에도 유지될까.
아마 정도의 문제이겠지만 보험 가입이 주는 안도감으로 인해 그 고객의 태도가 느슨해지면서 가끔씩 난폭운전 화끈(?)운전을 해도 보험사는 이를 자세히 알 수 없다.
고객과 보험사 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믿었던 이 고객이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가 되어야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에 들기 전과 후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보험 들기 전과 후의 태도 변화의 극치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일 것이다.
보험이 없으면 살해 동기 자체가 없는데 보험에 들고 나면 살해 유인이 생기면서 살인이 저질러지는 극단적 상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저질러도 보험사가 모를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처럼 보험에 들기 전과 후 고객의 태도가 변화하는 현상을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곧 '도덕적 해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야기하는 것도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예를 하나 더 들자.어느 보험사가 사망보험 가입자를 모집한다고 하면서 "아무나 다 오세요"라고 한다고 하자.이때 보험사 입장에서 누가 누군지 알아내기가 어려워서(정보 비대칭성 존재) 모든 고객에게 비슷한 보험료를 요구한다고 하자.물론 보험사로서는 사망 확률이 낮고 오랫동안 살면서 보험료를 계속 납부할 고객이 제일 맘에 든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주로 찾아오는 고객은 암에 걸려 있거나 고혈압에 당뇨가 있어서 보험료를 잠깐 낸 후 곧 사망하여 거액의 보험금이 청구될 불량 고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정작 건강한 가입자들,곧 우량 고객은 잘 찾아오지 않는다.
이 경우 중고차 시장에 레몬이 넘쳐나듯 보험 시장은 불량 고객들이 주도하고 우량 고객은 찾아 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물론 실제의 경우에는 건강 검진을 포함한 각종 검사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보험 가입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불량 고객이 넘쳐나고 우량 고객은 사라지는 것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 현상이라 한다.
레몬의 존재,모럴 해저드,역선택 현상 등은 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물건의 상태가 어떤지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른다든가 속일 수 있다든가 거짓말이 통하게 되면 레몬이 판을 치고 태도는 급변하고 불량 고객은 넘쳐난다.
거꾸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상황이 투명하게 알려지면 레몬은 설 자리가 없고 태도에는 일관성이 주어지고 불량 고객은 퇴출된다.
올해는 대선의 철이다.
벌써부터 온갖 거짓 정보가 난무하며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려 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엄정 중립을 지키며 불량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불량 정보를 생산하려 드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각종 정책과 시스템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제거하여 레몬이 선택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
아마 신맛만 있고 겉색깔과 속의 색깔이 다른 속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중고차 시장에 가 보면 어떤 중고차가 레몬인지 아닌지를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일정 기간 동안 계속 타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금방 알기는 힘들다.
그러니 시승 몇 번 해 보고서 구매를 결정해야 할 입장에서는 세일즈 맨의 화려한 언변에 속아 레몬을 고르고 며칠 지나지 않아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고차 시장에는 왜 이리 레몬이 많은 것일까.
제대로 된 중고차를 잠정적으로 오렌지라고 부르고 가격이 100이라 하자.속이 엉망인 레몬의 가격은 50이라 하자.레몬인지 오렌지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면 각각의 물건은 100 아니면 50에 제대로 거래될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아서는 어느 쪽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고차를 고른다고 하고 레몬을 만날 확률과 오렌지를 만날 확률을 반반이라 하자.이 경우 중고차의 가격 기대치는 75 정도가 된다(오렌지 가격 100에 오렌지를 만날 확률 0.5를 곱한 숫자와 레몬 가격 50에 레몬을 만날 확률 0.5를 곱하여 더한 값).말하자면 어느 게 어느 것인지 모르니 평균 가격 75 정도가 적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한다.
오렌지 즉 좋은 중고차를 가진 차주인은 내심 반발한다.
자신의 물건 가치가 100인데 시장에서는 잘 모른다며 75로 평가하니 물건을 시장에 안 내놓게 된다.
반대로 레몬을 가진 차주인은 자신의 물건 가격은 50인데 시장에서는 75 정도를 받게 되니 신이 나서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차 시장에는 레몬이 가득 차게 되고 오렌지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이것이 아컬로프라는 경제학자가 제시한 모형이고 그는 정보경제학을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문제인가.
차주인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가 여러 번 나서 고치거나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부분에 대한 솔직한 정보를 다 공개한다면 레몬이니 오렌지니 하는 얘기조차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들은 자신의 사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각자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유리한 정보만 내놓기 십상이다.
이렇게 자신은 알지만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은 모르는 정보가 생기는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레몬인데도 이를 레몬이 아닌 것처럼 포장할 수 있거나 이를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상황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며 중고차 시장에 레몬이 넘쳐나는 것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는 보험 시장에서도 문제를 야기한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가 있다고 하자.그는 조심운전 방어운전을 통해 사고를 안 일으키려 엄청나게 노력할 것이다.
이 모습을 본 보험사 담당자가 그의 노력을 가상히(?) 여기고 그를 우량 고객으로 분류,비교적 싼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하도록 조치하였다고 하자.여기서 우량 고객이라 함은 사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만 하지 보험금을 타갈 확률은 낮은 고객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고객의 조심스런 태도가 보험 가입 이후에도 유지될까.
아마 정도의 문제이겠지만 보험 가입이 주는 안도감으로 인해 그 고객의 태도가 느슨해지면서 가끔씩 난폭운전 화끈(?)운전을 해도 보험사는 이를 자세히 알 수 없다.
고객과 보험사 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믿었던 이 고객이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가 되어야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에 들기 전과 후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보험 들기 전과 후의 태도 변화의 극치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일 것이다.
보험이 없으면 살해 동기 자체가 없는데 보험에 들고 나면 살해 유인이 생기면서 살인이 저질러지는 극단적 상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저질러도 보험사가 모를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처럼 보험에 들기 전과 후 고객의 태도가 변화하는 현상을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곧 '도덕적 해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야기하는 것도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예를 하나 더 들자.어느 보험사가 사망보험 가입자를 모집한다고 하면서 "아무나 다 오세요"라고 한다고 하자.이때 보험사 입장에서 누가 누군지 알아내기가 어려워서(정보 비대칭성 존재) 모든 고객에게 비슷한 보험료를 요구한다고 하자.물론 보험사로서는 사망 확률이 낮고 오랫동안 살면서 보험료를 계속 납부할 고객이 제일 맘에 든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주로 찾아오는 고객은 암에 걸려 있거나 고혈압에 당뇨가 있어서 보험료를 잠깐 낸 후 곧 사망하여 거액의 보험금이 청구될 불량 고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정작 건강한 가입자들,곧 우량 고객은 잘 찾아오지 않는다.
이 경우 중고차 시장에 레몬이 넘쳐나듯 보험 시장은 불량 고객들이 주도하고 우량 고객은 찾아 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물론 실제의 경우에는 건강 검진을 포함한 각종 검사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보험 가입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불량 고객이 넘쳐나고 우량 고객은 사라지는 것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 현상이라 한다.
레몬의 존재,모럴 해저드,역선택 현상 등은 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물건의 상태가 어떤지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른다든가 속일 수 있다든가 거짓말이 통하게 되면 레몬이 판을 치고 태도는 급변하고 불량 고객은 넘쳐난다.
거꾸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상황이 투명하게 알려지면 레몬은 설 자리가 없고 태도에는 일관성이 주어지고 불량 고객은 퇴출된다.
올해는 대선의 철이다.
벌써부터 온갖 거짓 정보가 난무하며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려 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엄정 중립을 지키며 불량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불량 정보를 생산하려 드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각종 정책과 시스템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제거하여 레몬이 선택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