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의 값진 눈물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셨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를 정복한 엄홍길 대장은 2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코너에서 지난달 31일 로체샤르 정상에 올랐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엄홍길 대장은 해발 8,400m의 로체샤르 정상에 15시간의 사투를 벌인끝 올라 히말라야 16좌를 정복했다.

그의 로체샤르 등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03년에도 로체샤르 등정을 시도했으나 갑작스런 눈사태로 바로 눈앞에서 동료 두명(故 박주훈 대원, 故 황선덕 대원)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도전.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지만 그때 잃은 동료들을 생각하면 등반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신들의 영역이라 불리는 해발 8000m 이상에서 너무 힘들다보니 환각 증세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엄홍길 원정 대장은 "줄에 매달려 깜빡 졸면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단꿈을 꾸곤 한다. 하지만 졸다가 깨어나면 다시 극한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고 그때의 아찔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또 엄 대장은 "저는 산을 알면 알수록, 또 깊이를 알면 알수록 두렵더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많이 느낀다"며 "이 같은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은 정신력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엄 대장은 "총 38번의 히말라야 등정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등반하다 목숨을 잃은 후배들 사진을 태극기와 함께 정상에 묻으려고 했다. '너희들이 오르고 싶어 했던 곳인데 너희들 덕택에 내가 올랐다. 나와 같이 올라왔으니 응어리진 마음 풀고 로체샤르를 떠나라'고 후배들을 묻어주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려는 찰나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당시의 극적인 상황방전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후배 한 명이 눈에서 반사된 자외선으로 인해 시력을 상실한 '설맹'이 된 것.

그의 입을 빌자면 말도 안 나오는 기막힌 상황이었다.

모든 체력이 소진돼 살아 내려갈지도 의문인데 훨씬 위험한 하산 길을 서로의 몸에 줄을 연결한 채 내려가는 것은 어찌 보면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한다.

5시간이면 정상적으로는 걸릴 하산 길을 12시간 통신 두절 끝에 모습을 드러낸 그들.

갑작스런 통신 두절에 실종기사를 전송할 준비를 하던 베이스캠프에서는 그야말로 '기적의 생환'이었다.

당시 엄홍길 대장과 함께 사투를 벌였던 모상현, 변성호 대원은 현재 국내 병원에서 동상과 설맹을 치료 중에 있다.

히말라야에서 진행된 녹화에서 두 대원의 건강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받아본 엄홍길 대장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엄홍길 원정 대장은 등반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한국에 있는 아내와 두 아이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걸었다. '나에게 어떤 용기를 달라. 목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난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라고. 먼저 간 동료들과 가족들을 떠올린 끝에 완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해 더욱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감동적인 방송이었다"고 입을 모으면서 "엄홍길 대장의 산악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무릎 팍 정신이다"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방송이었다" "신선하다라는 차원을 넘어 웃음과 눈물이 함께 한 시간이었다.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등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방송은 엄홍길 히말라야 원정 대장의 출연을 기념하여 네팔 히말라야 해발 2,000m에서 진행돼 눈길을 끌었으며 엄홍길 대장은 이번 완등으로 히말라야 16개의 봉우리에 올라선 최초의 사나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한편, 산악인 허영호(53)는 지난 5월 18일(한국시간) 개인 통산 세번째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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