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1800선 돌파에 앞장서며 기세를 올리던 증권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신용거래 자율 규제와 신규 증권사 설립 허용 검토라는 정책 리스크가 돌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대형 은행들이 증권사 신설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나오면서 증권사 몸값을 한껏 높였던 인수·합병(M&A) 재료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증권주가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과 M&A 기대 등을 계기로 무차별적으로 주가가 오른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업종 내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된서리 맞은 증권주

20일 증권업종 시세판은 온통 시퍼렇게 물들었다.

업종 내 전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최근 상승세를 주도했던 NH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부국증권 브릿지증권 서울증권 한화증권 등 중소형 증권주들은 무더기로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현대증권(-13.46%) 대신증권(-11.60%) 대우증권(-9.84%) 우리투자증권(-9.12%) 등 대형 증권주들의 낙폭도 컸다.

증권업종지수는 이날 10.37% 폭락했다.

증권주 조정의 빌미는 정책 당국이 제공했다.

전날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가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 진출을 희망하는 곳은 많지만 진입 장벽 때문에 매물이 부족해 일부 증권사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르는 부작용이 있다며 증권사 신설을 검토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또 한누리투자증권 등을 놓고 인수 여부를 저울질 중인 국민은행기업은행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직접 설립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면서 M&A 재료가 힘을 잃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통법이 이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는 1년6개월이 남아있어 대형 은행들은 마음만 먹으면 증권사 신설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계열 증권사가 없는 은행들은 자본시장 확대에 대비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증권사 신설 또는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 심화될 듯

최근 나온 증권업종 관련 정책 변수들은 업종 내 주가 차별화를 촉진시킬 전망이다.

주가 급등으로 일부 중소형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3배 이상으로 치솟아 고평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신용거래가 자기자본의 100%를 넘는 증권사마저 나타나 위험 관리에 '경고등'도 켜진 상황이다.

한정태 대한투자증권 금융팀장은 "금융산업 정책 변화 속에 모든 증권사가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정이 펀더멘털(내재가치)을 따져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철호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중소형사의 경우 최근 주가 급등에 M&A 재료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여 경영권 프리미엄 감소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증권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의견은 밝은 편이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선임연구원은 "증권사 신규 설립 허용 검토로 증권사 경영권 프리미엄은 하락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적정 가격이 형성되면서 증권사 M&A는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대폭적인 실적 개선과 투자은행으로의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대형 증권사 위주의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박해영/서정환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