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힘입어 벌써부터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설이 확산되는 등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재테크 시장에서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통합법은 크게 '금융기능별 정비'와 '투자금융 상품'으로 요약된다.

현행 증권거래법에서는 유가증권의 범위를 사전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증권거래법 2조에 따르면 유가증권의 종류를 주식과 채권,신주인수권과 기타 재정경제부령이 지정하는 특수한 유가증권 등으로 한정한다.

이런 법규정대로라면 원칙적으로 증권거래법에 열거되지 않은 금융상품은 증권회사가 다룰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 상황을 보면 법에서 열거된 유가증권 이외에도 다양한 합성상품이 개발되고 있어 오히려 유가증권의 열거주의 방식은 증권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해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금융투자 상품은 금융상품 개념을 기존의 열거주의 방식에서 보다 추상적인 정의의 포괄주의 체제로 바뀌어 적용된다.

정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포괄주의로의 전환은 그동안 증권사가 선보인 상품이 모두 주식이나 채권을 기초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자본시장 통합법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각종 금융투자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전통적인 자산의 합성과 변형을 위해 다양한 파생상품이 가미될 여지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과 보험처럼 원금손실이 배제된 비금융투자 상품과 달리 원본손실 가능성이 내재된 금융투자 상품은 추가 지급 여부에 따라 크게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구분된다.

증권에는 전통적인 유가증권은 물론 투자계약증권과 파생결합증권까지 포함한다.

투자계약증권은 타인의 노력에 의해 수익이 결정되는 모든 증권을 의미하며,이는 기존 자산운용업의 규율을 받지 않았던 비정형 간접투자의 지분까지 포괄한다.

대표적으로 특정 사업아이디어를 갖고 인터넷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네티즌 펀드에 대한 지분도 이제는 엄연한 증권이다.

투자계약증권도 투자자 보호장치의 대상이 되므로 펀드의 발행자는 해당 상품의 내용과 위험을 투자자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박춘호 홍콩심플렉스 한국 대표는 "파생결합증권은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이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연계해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상품으로 통화나 이자율은 물론 금과 원유와 같은 실물상품을 대상으로 발행할 수 있다"며 "심지어 회사의 부도위험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용연계증권(CLN),태풍의 피해를 담보로 발행되는 재해연계증권(CAT bond) 등도 증권사라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과 달리 추가 지급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파생상품 역시 파생결합증권과 마찬가지로 기초자산을 최광의로 확대한다.

금융투자 상품과 통화,신용위험 등은 물론이며 자연,환경, 경제적 위험을 모두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전균 삼성증권 과장은 "자본시장 통합법 추진 이후 태어날 투자은행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기초자산과 상품유형을 발굴하고 상품화하는 능력여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만큼 열거주의에서 제시한 상품의 테두리를 벗어나 상상 가능한 모든 위험을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창의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몸값이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