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를 내리면 유류 소비가 늘어난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석유 소비는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이어서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보고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휘발유 소비자 판매 가격이 17주 연속 오르면서 지난주 1554원4전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소비 억제를 위해 유류세를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휘발유 1ℓ에 붙는 세금은 현재 880원33전으로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정부는 세금을 낮춰 휘발류 가격이 떨어질 경우 석유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시책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왔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휘발유나 경유는 가격 탄력도가 상당히 높아 인위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면 그 만큼 유류 소비를 촉진한다"고 밝혔고,임종룡 재경부 경제정책국장도 지난달 말 "세율 인하가 휘발유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이 외부용역을 받아 작성한 '차량연료 간 적정가격 비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휘발유의 단기 수요탄성치(절대값)는 0.167~0.209,경유의 탄성치는 0.240~0.244로 조사됐다. 탄성치는 기준치 1을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탄력적',이에 미달하면 '비탄력적'으로 분류되는데 휘발류와 경유의 탄성치는 0.2 정도에 매우 비탄력적이다. 이는 가격이 떨어지는 폭에 비해 수요가 늘어나는 양이 매우 미미하다는 뜻이다.

장기간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 휘발유의 수요탄력성은 0.061~0.079,경유는 0.079~0.093으로 낮아져 가격변화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재완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에너지 수요의 가격탄력성 측정에 관한 국내외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연료소비는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재완 국회의원(한나라당)이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2000년 15조8000억원이었던 유류세는 2002년 16조8000억원,2004년 21조4000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06년에는 25조9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유류세 인하법안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세수 감소를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정부 측과 한판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