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수익을 못 내면 잘릴 것이다."

세계 3위의 명품 귀금속 업체 불가리의 최고경영자(CEO) 프란체스코 트라파니가 털어놓는 고민이다.

트라파니는 27세이던 1984년 삼촌으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았다.

보석상이던 그의 증조부가 기업을 세운 지 120여년째.트라파니 CEO는 이탈리아의 다른 가족형 기업과 달리 1995년 불가리를 증시에 상장하는 등 일찍이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에 최고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치품 시장의 36%를 차지하는 프랑스 기업들은 선진 경영체제를 도입,시장을 주도하고 나섰다.

루이비통,지방시,크리스찬 디올,모엣샹동,헤네시 등을 보유한 LVMH나 구찌,발렌시아가 등을 가진 PPR 등이 그 예다.

유명 브랜드들을 잇따라 흡수함으로써 세계적인 소매업 재벌로 떠오른 이들은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와 선진적 경영으로 명품 기업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소비 붐은 기업들의 변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인도,말레이시아,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다.

광고와 매장 확대 등에 드는 비용을 전통적인 가족형 소기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본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선 명품 업체들은 증권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로베르토 베도보토 럭셔리 담당자는 "명품 업체 대부분이 실적이 좋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밝혔다.

모스키노,알베르타 페레티 등을 소유한 이탈리아 패션그룹 에페도 다음 달 상장할 예정이다. 에페의 마시모 페레티 회장은 "최근 늘어나는 수요는 우리에게 더없는 기회"라며 "이를 놓치지 않으려면 최대한 빨리 새로운 매장을 열고 공급망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고급 가죽 브랜드인 페라가모도 1~2년 안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얼마 전 처음으로 기업주 가족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을 CEO로 영입했다.

프라다와 베르사체도 IPO를 위한 기초작업 중이다.

귀금속 브랜드 다미아니의 귀도 다미아니 CEO는 "상장은 전문 경영자가 주도하는 기업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베르사체는 최근 18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을 감축하면서 기업주와 경영자를 분리,폐쇄적인 가족 경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개발이사로 남은 도나텔라 베르사체 외의 가족은 주주 역할을 할 뿐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정보기술(IT) 기법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찌는 인터넷 판매를 통해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판매량은 전년보다 65% 늘었다.

알렉산더 매퀸은 네트워크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에 창조적인 웹디자이너들을 모아 올봄 컬렉션 광고를 만들도록 했다.

크리스찬디올과 메르세데스벤츠는 가상세계 프로그램인 세컨드라이프에 3차원 전시 공간을 만들어 관심을 모았다.

사업 다각화를 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선구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아르마니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사업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호텔 체인 사업을 선택,두바이 부동산 개발업체인 에마르와 손을 잡았다.

베르사체는 호주 개발업체인 선랜드그룹과 함께 15곳의 '초 럭셔리' 리조트를 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