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해도 다 보고/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아득한 성자' 중)

올해 제19회 정지용 문학상을 받은 무산(霧山) 조오현 스님(75)의 수상시집 '아득한 성자'(시학 펴냄)는 "순간에서 영원을 보고 영원에서 순간을 읽어내는 오도(悟道)적 깨침을 날카롭고 섬세한 직관으로 꿰뚫어"(평론가 김재홍) 보여준다.

백담사 '만해마을'을 만들고 '만해상'을 제정하는 등 한용운 알리기에 앞장서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 삶과 죽음,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을 차분하게 비춰준다.

산사에 살면서 속인에게 배움을 얻는 자세도 흥미롭다.

그에게는 장례식장의 '염(殮)장이'도 스승이다.

'극락을 갔겠다는 느낌이 드는 시신은 대강대강해도 맘에 걸리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죄가 많아 보이는 시신을 대하면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눈시울이 뜻뜻해지니더'('염장이와 선사' 중)

그렇다고 불교적인 성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 하나'에서는 '그 옛날 천하장수가/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한 티끌 겨자씨보다/어쩌면 더 작을//그 마음 하나는 끝내/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며 '잠언' 같은 명구를 들려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