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일부 퀄컴 칩을 탑재한 휴대폰의 미국 내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외신에 따르면 ITC는 7일(현지시간) 퀄컴이 경쟁사인 브로드컴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퀄컴 칩을 사용하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의 첨단 휴대폰 미국 수출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ITC의 결정은 6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의 재가가 나면 곧바로 시행된다.

그 이전에 퀄컴과 브로드컴이 합의로 분쟁을 타결하면 휴대폰 업체들의 타격은 최소화될 수 있다.

그러나 ITC 결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2위 모토로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재도약 기반을 다지고 있는 LG전자 등은 크든 작든 타격을 받는다.

문제가 된 브로드컴의 특허기술은 휴대폰 배터리와 관련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이 통화권역을 벗어나면 배터리가 급속히 소모된다.

이를 막아주는 게 바로 브로드컴 특허기술이다.

수입금지 대상은 브로드컴 기술이 적용된 EV-DO(SK텔레콤 '준',KTF '핌' 같은 무선인터넷 서비스) 휴대폰과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 휴대폰 등 첨단 제품이다.

특히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용인 WCDMA폰은 삼성 LG 팬택 등이 미국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자칫 한국 업체들만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퀄컴은 이번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폴 제이콥스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ITC의 수입금지 결정은 잘못된 것이고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퀄컴은 미국 정부에 ITC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문제의 특허기술을 적용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ITC 결정에 불복,연방법원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ITC 결정대로 EV-DO폰 WCDMA폰 등 첨단 휴대폰이 미국에 수입되지 않으면 이동통신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동통신사업자 협의체인 미국이동통신산업협회는 "ITC의 수입금지 조치는 이동통신 이용자들에게 큰 손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ITC의 결정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브로드컴의 특허기술이 핵심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LG 등은 이미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비공식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ITC가 7일 이전에 미국에 수출된 휴대폰 모델에 대해서는 계속 수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퀄컴과 브로드컴이 합의하지 못해 ITC 결정이 시행되더라도 그동안 수출해온 모델은 계속 내보낼 수 있다.

브로드컴 기술을 그대로 사용해 새로 개발한 모델을 수출하지 못할 따름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퀄컴과 브로드컴 간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대체기술을 이용한 새 모델을 개발하는 등 설계 변경 작업을 해왔다"며 "휴대폰 미국 수출에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나름대로 대비를 했다"면서 "우선 미국 연방법원에 수입금지집행보류신청을 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진전에 따라 한국 휴대폰 업체들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칩을 사용해 휴대폰을 만들 경우엔 안정성 확보 등에 시간이 걸려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 업계는 내심으로 이 점을 우려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