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하더라도 환자의 진료기록부 열람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수행을 기피한 병원에 대해 의료법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조원철 부장판사)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A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김모(49)씨가 환자 진료기록부 열람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650만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성남시를 상대로 낸 의료법위반과징금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법 등 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검사하거나 열람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며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우려를 이유로 민원사건 확인을 위해 찾아온 공무원에게 환자의 진료기록부 열람을 거부한 것은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의료법 등 관계법령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관계공무원의 진료기록부 등 관계서류 검사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원고에 대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남시는 2005년 11월 21일 A병원에서 소파수술을 받은 환자로부터 '마취도중 다른 의사가 들어와 수술했으며, 수술비용에 대해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현금결제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받고 공무원을 보내 사실확인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A병원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며 두 차례나 병원을 찾아와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보여달라는 공무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성남시는 지난해 2월 10일 A병원에 대해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기피 또는 방해했다는 이유로 의료업 정지처분 15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650만원을 부과했고 이에 김씨는 부당한 처분이라며 소송을 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