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5일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치료중 환자가 숨졌더라도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상 과실여부를 판단할 때 의사 과실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의심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도 없이 결과만 가지고 막연하게 의사에게 무과실(無過失)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은 `과실책임'으로 가해자의 잘못이 있는 경우 배상책임이 있지만 `무과실 책임'은 과실이 없어도 가해자의 행위에 의해 손해가 생긴 관계만 인정되면 배상토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의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해서 사망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환자측이 위자료만 청구한다면 설명 부족으로 선택기회를 상실했다는 점만 입증하면 족하지만,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 측이 진료권을 행사할 기회를 뺏앗긴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망에 대한 모든 손해가 아니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로 한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모씨는 2000년 9월 안면신경마비 치료를 위해 대전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치료중 복통을 호소하면서 의식불명상태를 보였고 복부절개수술 등 갖은 조치 뒤에도 결국 사망했다.

유족들은 모든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고 원심은 유족들에게 위자료 3천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