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다가오는 산업의 움직임을 내다보는 사람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서로를 추켜세웠다. 3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의 칼스배드 포시즌스 호텔. 앙숙으로 알려진 정보기술(IT)의 두 거물이 처음으로 가진 75분간의 공동 인터뷰를 보기 위해 6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디(D):디지털의 모든 것(D:All Things Digital)'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였다.
52세의 동갑내기들은 IT 업계의 30년 앙숙이라는 지적을 인터뷰 내내 의식한 듯했다. 첫 질문은 두 사람이 컴퓨터 산업에 어떻게 기여했느냐는 것. 잡스가 "빌 게이츠가 최초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렸다"고 운을 떼자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야말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꿈을 추구해왔다"고 응수했다.
두 사람 사이의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게이츠는 "그동안 우리가 서로 불평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미 IT 업계를 떠난 사람들이 그리워지는데,그나마 스티브 잡스가 함께 있어 다행"이라고 털어놓았다.
운영체제(OS)의 미래에 대해 게이츠는 "머지않아 3차원과 멀티터치 방식의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츠는 또 "향후 5년 안에 포켓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수많은 장치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잡스는 "PC의 종말이 여러 번 예고됐었지만,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계속 살아남았고 이제는 포스트 PC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잡스는 또 "인터넷상에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들이 있지만 한 회사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며 "다른 사람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게이츠는 "최전선에 있다는 생각과 규모를 키우는 것은 가장 위대한 도전의 하나였다"며 "우리의 사업은 참으로 열정(passion)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잡스도 "그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라며 "유능한 사람이 함께 있어야 위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인터뷰 시작에 앞서 1983년의 게이츠와 잡스의 비디오에 이어,MS가 애플에 투자키로 했다고 잡스가 발표하는 1997년 비디오를 방영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기도 했다.
게이츠와 잡스는 80년대 중반 윈도와 매킨토시라는 두 개의 OS로 한판 대결을 벌이는 등 디지털시대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영원한 맞수'다.
샌디에이고=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