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용 조영제인 요오드보다 해상도는 5배 높고 체내에 머무는 시간은 70배 긴 금소재 조영제를 개발했다. 이 조영제를 써 CT 촬영을 할 경우 현재 10mm 크기의 심장혈관질환이나 간암 등 암종양을 찾는 데 그치던 것을 5배가량 정밀한 2mm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상용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팀은 정용연 전남대 의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금 나노입자를 사용하는 CT 조영제를 개발,동물 실험을 통해 이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조만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나설 계획이며 이르면 2년 내 환자용,5년 내에는 일반용 조영제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금이 요오드 조영제보다 X선의 흡수율이 3배나 많다는 점에 착안,금을 20∼30나노미터(μm)급 입자로 만든 뒤 체내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생체적합성 고분자로 표면을 코팅처리하는 방식으로 이 조영제를 만들었다. 이 제품을 이용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기존 요오드 조영제를 쓰는 것 보다 촬영감도(해상도)에서 5배 정도 뛰어나고 몸속에 머무는 시간도 요오드의 5분보다 70배나 긴 6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조영제가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시간별로 혈관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 질병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금 조영제의 이 같은 특징은 최근 미국에서 개발,상용화를 추진 중인 희토류금속인 비스무스나이트(Bi2S3) 계열 나노입자 조영제보다도 뛰어난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 교수는 "금원소는 인체에 적합하고 독성이 없어 체내에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게 장점"이라며 "금이라 값이 비쌀 것 같지만 기존 조영제의 5분의 1만 사용해도 돼 경제성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CT 조영제 시장은 연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전 교수는 이에 앞서 2005년 MRI용 나노 조영제를 개발,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광주과기원의 연구소 벤처기업인 애니젠이 지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
◆조영제=X선 검사 때 음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장기나 조직에 X선 투과도가 다른 물질을 주입,촬영이나 투시를 하면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게 된다. X선을 잘 흡수하는 양성 조영제와 X선을 잘 투과시키는 음성 조영제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