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실형 선고되는 거 아니냐" 목소리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항소심이 열린 서울고등법원 주변은 29일 오전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른 아침부터 80여명의 취재진들과 삼성관계자 20여명이 법정 앞에 몰려 높은 관심을 반영했고, 선고가 열린 404호 법정은 일찌감치 피고인들이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선고 30분전 허태학, 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이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두 전ㆍ현직 사장은 평소보다 더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내심 `무죄'의 한가닥 희망을 기대하는 듯 했다.

마침내 시계가 선고 예정 시각인 11시를 가리키자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섰다.

다소 웅성웅성 하던 법정은 이내 고요해졌다.

재판장은 피고인들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자리에 앉아 판결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점차 `무죄'를 기대했던 피고인들의 얼굴이 어두워져갔다.

재판부가 "이사회 결의를 무효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말하면서 이미 무죄의 기대는 끝나버렸고 이후 한구절 한구절 유죄가 인정될 때마다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얼굴은 붉어졌다.

취재진들은 재판장의 한마디 한마디를 휴대전화를 이용해 타전했다.

재판부가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자 한때 1심 때의 집행유예와 달리 실형이 선고되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법정 밖에서 들려왔다.

특히 1심에서 무죄가 인정됐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순간 형량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돌았다.

재판장이 "각 징역 3년, 벌금 30억원에 처한다"고 낭독하자 `실형'이 현실화 되는 듯했다.

잠시 뒤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피고인들의 긴장은 풀렸지만 피고인들과 변호인은 항소심 선고 결과에 불만이 가득찬 얼굴이었다.

법정을 빠져나오는 두 피고인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았던 삼성측 변호인도 재판이 끝난 뒤 "굉장히 아쉬움이 많다"며 선고 결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최대기업의 지배권 승계 과정에 법원이 제동을 거는 `44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