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개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오고 있다.

주식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억원 이상을 굴리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주식이 대안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면서 프라이빗 뱅킹(PB) 고객들도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큰손 개미투자자들의 귀환

28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객예탁금 규모가 1년 만에 1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1억원 이상 고액 계좌 수도 연초 대비 50% 늘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2월 860개에 불과했던 1억원 이상 계좌 수가 3월 1362개로 58% 급증했으며 4월에는 1733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1월 하루 평균 480개였던 신설 계좌 수도 이달에는 무려 986개까지 폭증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1억원 이상 예탁 계좌와 신규 계좌 수도 올 들어 월평균 35%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억원 이상 계좌는 1월 1639개에서 5월 현재 2263개로 늘었다.

하루 평균 신설 계좌 수도 같은 기간 174개에서 236개로 뛰었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귀환'은 고객예탁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12조5174원으로 1년 만에 12조원대를 회복했다.

1월 말의 8조5358억원에 비하면 4개월 새 무려 4조원가량의 신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셈이다.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증권사 객장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계좌 신설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증권사 객장에서 모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풍경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기동 현대증권 개포지점장은 "객장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다만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학습효과 때문인지 장기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거액 투자자들은 조정 바란다?'

"주가가 지칠 줄 모르고 오르니까 투자할 기회를 놓친 PB 고객 중 상당수가 단기 조정을 바라는 상황입니다." 김해식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의 심리를 이같이 전했다.

최근 일시적인 중국 증시 폭락에 크게 영향받지 않은 한국 증시를 바라보며 주식 투자 시기를 놓쳐 후회하는 부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10억원 이상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부자 가운데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미 갈아탄 투자자와 주식 비중이 낮은 투자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쓸어담은 종목은 테마주에 휩쓸렸던 과거와 달리 우량주와 실적주가 대부분이다.

이달 들어선 두산(1437억원) 우리금융(1139억원) 한진해운(820억원) 신세계(747억원) 등을 주로 순매수하고 있다.

다만 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IT 간판주들이 순매수 상위 1,2위를 차지하고 있어 단기 수익률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PB들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간접투자상품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하고 있다.

이동성 신한은행 PB고객부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팀장은 "10억원 미만 자산가는 여전히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매매 패턴을,50억원 이상 자산가는 개별 종목보다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등 대안투자를 찾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