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유동성(돈)으로 세계 자본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각국의 증권·상품 거래소들도 몸집을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뜨거운 증시…거래소는 '짝짓기'
이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한편 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래 비용 줄이기 및 각종 신상품 개발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6일자)는 "금융 거래소들 간 인수·합병(M&A)이 최근 붐을 이루고 있다"며 "세계 각국 증시가 전례 없는 활황을 보이면서 이에 맞춰 거래소들도 규모를 키우며 더욱 안정된 수익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인수를 놓고 최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CME와 ICE의 CBOT 인수전은 가격 출혈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CME는 CBOT 인수를 위해 98억달러까지 써낸 상태다.

지난 25일에는 미국 나스닥이 스웨덴 증권거래소인 OMX를 약 3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런던증권거래소(LSE)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나스닥이 OMX를 인수,유럽 공략을 위한 일종의 우회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것.하지만 두바이 국영 투자회사인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도 OMX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4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영국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유로넥스트를 인수,'NYSE-유로넥스트'로 재출범했다.

유로넥스트는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 등 4개국 통합 증시 거래도 맡고 있다.

당시 NYSE와 함께 유로넥스트 인수를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독일의 도이체뵈르제는 인수전에서 실패한 후 최근 미국의 2위 옵션 거래소인 국제증권거래소(ISE)를 28억달러에 사들이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뜨거운 증시…거래소는 '짝짓기'
이같이 각국의 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자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에 맞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거래소 간 M&A를 통해 운영 비용도 줄이고 상장 및 거래 촉진도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넘치는 유동성은 주식 및 파생상품 시장을 더욱 빠르게 키우면서 거래소들의 짝짓기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CME의 경우 2000~2005년 거래량이 연 평균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NYSE 거래량도 연 평균 14.5% 늘었다.

거래소들은 몸집 불리기 외에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고객들의 입맛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거래소 주주들도 높은 수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에 따라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각종 전자거래가 발전하고,거래소들은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상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범유럽 통합 주식 거래 시스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터퀴스 계획(Project Turquoise)'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에는 씨티그룹 크레디스위스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UBS 등 7개 대형 투자은행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 투자은행들은 올해 11월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증권법이 발효되면 기존 거래소의 독점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노려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아시아 거래소 시장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해의 경우 아시아 시장의 주식 거래가 37% 늘면서 미국이나 유럽 증시보다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전문가들은 "금융 시장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향후 거래소 간 M&A나 전략적 제휴는 지역 구분 없이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