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의 독자적인 건조는 동북아지역 내 한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발판이 돼 국가안보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또 기술·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종대왕함이 갖춘 최첨단 무기체계는 물론 군함 건조기술이 조선,전자 등 국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기본설계를 한 세종대왕함은 2004년 9월 건조에 착수한 지 2년8개월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2척을 추가 건조할 KDX-Ⅲ사업은 전체 사업비가 3조1000억원으로 조선 및 90여개 관련 업체에 86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박창권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정책연구실장은 "1975년 한국 최초의 전투함인 울산함을 자체 개발한 이후 30여년 만에 첫 이지스함을 독자 건조함에 따라 우리나라 선박산업은 물론 방산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과 군사적 균형 '첫걸음'

세종대왕함 건조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군사적인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해석된다.

독도 이어도 등 영토 영유권과 연계해 역내 해양 분쟁이 표면화하고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업권과 천연가스 등 해양자원 개발로 인한 분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지스함 건조로 한국의 영향력이 다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은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해양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이지스함 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3척을 추가 건조 중이다.

중국도 7900t급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4척을 도입하고 핵추진 공격잠수함(6000~8000t급) 4척,뤼하이급 최신 구축함(7000t급) 4척 등을 건조 중이다.


◆국산화율 76%

군함은 일반 상선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기술을 요하는 분야다.

특히 이지스함의 경우 전자파(레이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스텔스 기술을 적용,현존하는 군함 중 최신예 기술이 응집돼 있다.

이번 세종대왕함은 국산화율이 76%에 달해 우리나라 군함 건조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대왕함은 이지스체계,대공미사일,엔진 등을 뺀 나머지 대부분의 기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선박 설계는 현대중공업이 100%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또 특수강판을 비롯한 미사일 수직발사대,대함유도탄,대잠어뢰,전자전장비,항해 레이더 등 주요 장비도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전투체계 기술 습득 계기

세종대왕함에 들어가는 전투체계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이지스체계로 100% 수입했다.

하지만 해군이 향후 이지스체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수리·정비 능력 등을 보유할 수 있게 돼 전투체계 개발 관련 기술을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원용 해군 함정사업부장(해군 소장·해사 31기)은 "이지스체계는 미국으로부터 100% 수입하지만 이 체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정비 노하우 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독자적인 전투체계 개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 유지·보수 비용 조달

총 건조비가 1조원에 달하는 고가 첨단 무기여서 막대한 운용 유지 비용뿐 아니라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정비인력도 필요하다.

현재 한 척뿐인 이지스 구축함에서 장비가 고장이 난다면 다른 함정의 것을 빼다 정비하는 속칭 '돌려막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제조국에서 사와야 한다.

미국의 경우 7600t급 이지스함 1척을 운용하는 데 연간 300억원의 비용을 쓰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통 우리 군이 연간 장비 유지 예산으로 개발비의 4%를 책정하고 있는 관행을 감안하면 세종대왕함의 연간 유지 비용은 최소 4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해군의 한 고위 관계자도 "운용 유지 및 보수 등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