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 4중주에서 악기들은 튀어서도 묻혀서도 안된다.

협주와 독주를 오가며 자유롭게 음악을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의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이 최고의 현악 4중주단으로 불리는 것도 모든 악기가 뚜렷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넘치지 않기 때문이다.

'알반베르크 현악 4중주단'은 1971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첫 연주회를 가진 뒤 36년 동안 베토벤,슈베르트,베베른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2005년 토머스 카쿠스카(비올라)가 별세할 때까지 귄터 피클러(바이올린),게르하르트 슐츠(바이올린),발렌틴 에르벤(첼로)이 보여준 완벽한 공연으로 에디슨상,그라모폰 어워드 등 30개가 넘는 국제 음반상을 받은 것만으로도 그 실력을 알 수 있다.

귄터 피클러의 연주는 날카로우면서도 힘이 넘친다.

발렌틴 에르벤은 여기에 부드러운 느낌을 더한다.

게르하르트 슐츠는 섬세함으로 승부했다.

연주의 무게 중심을 잡던 토머스 카쿠스카의 타계 후에는 제자 이자벨 카리지우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런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이 오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년 팀 해체를 앞두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갖는다.

3년 연속 한국을 방문할 만큼 우리나라에 큰 애정을 보이는 이들 앙상블은 "정상일 때 물러나는 것이 좋다"며 해체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 '태양'과 볼프강 림의 '그레이브(Grave)',베토벤의 현악4중주곡인 '대푸가'를 무대에 올린다.

'태양'은 현악4중주곡 중 최정상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며 '그레이브'는 토머스 카쿠스카를 추모하기 위한 곡이다.

'대푸가'는 병에서 회복한 베토벤이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만들어 '사랑스런 4중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