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 움직임이 글로벌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위안화 절상은 일견 '호재'이면서도 '악재'인 측면을 겸비하고 있어서다.

일단 주요 대기업들은 악재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국 제품 판매를 늘리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품목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점과 대다수 국내 기업이 중국 현지생산 체제를 갖춘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은 오히려 '중국산 한국제품'의 수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더구나 위안화 절상은 전통적으로 원화의 동반 절상을 유발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확보에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과거 중국 위안화가 10% 절상되면 원화 가치도 덩달아 2~3% 정도 오르곤 했다.

박성호 LG전자 IR담당 상무는 "21일 긴급회의를 열고 위안화 절상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일단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호재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중국 공장에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물량이 상당한 만큼 위안화 절상 움직임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며 "위안화 가치가 얼마나 상승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이 금리 인상을 부추겨 중국 내수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도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위안화 절상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달 들어 중국 내 판촉을 대폭 강화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절상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며 "위안화 절상 움직임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부자재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김현예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