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와 '할리우드'의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가 오는 23일부터 펼쳐진다.

'스파이더맨3'의 흥행 독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영화의 저력이 아직 살아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맞대결을 벌이는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 3:세상 끝에서'. 당초 두 작품 모두 24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똑같이 날짜를 하루 앞당기는 우연까지 겹치면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두 영화는 성격이 서로 판이하게 다른 '극과 극'이어서 더 흥미진진한 승부가 예상된다.

작품성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밀양'이 단연 앞선다.

'밀양'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으면서 주연배우 전도연의 수상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흥행성에서는 '캐리비안의 해적'이 한 수 위로 평가된다.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 3'를 비롯해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다이하드 4.0' 등 올 여름 시즌에 대거 선보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일단 개봉관 수를 보면 '캐리비안의 해적'이 전국 총 670개 관을 잡은 반면 '밀양'은 300개관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여 초기에는 '밀양'이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칸영화제 수상 소식이 들려오고,작품성이 입소문을 탄다면 '밀양'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23일에는 대작 한국영화 '황진이'의 시사회도 열린다.

'황진이'는 다음 달 6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강자 '슈렉 3'와 동시 개봉돼 충무로와 할리우드의 또 다른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슈렉3'는 목소리 연기를 맡은 톱스타 카메론 디아즈까지 이달 말 방한하면서 벌써부터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황진이'는 오는 7월 선보이는 '화려한 휴가'와 함께 올해 할리우드 대작들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밀양'과'황진이'의 투자ㆍ배급을 맡은 시네마서비스 투자1팀 김동은 과장은 "일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개봉 날짜를 겹치게 잡은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이달 초 '스파이더맨 3'와 동시 개봉했던 '아들'은 참패를 면치 못했지만 '밀양'과 '황진이'는 또 다른 경쟁력을 가졌다"며 "만약 이들마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린다면 한국영화는 더 심한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