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5년9개월來 최고치..콜금리보다 0.57%p 높아
대출금리 상승요인 산적..경기 충격 우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 영향으로 급등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나친 CD 발행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지만 유동성 규제와 외환시장 개입 등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CD 금리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 신보료 인상과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 증가 등에 대응해 일제히 주택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주택대출 금리 1주일새 0.05%p 급등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060000]이 이번주 적용하는 주택대출 금리는 연 5.78~7.38%로 지난 주에 비해 0.05%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주택대출 최고금리는 지난달 22일 연 7.25%였지만 이달들어 7.30%를 넘어선 뒤 꾸준히 상승하며 한달새 0.13%포인트 급등했다.

대출 최저금리는 처음으로 고정금리부 대출인 이모기지론의 최저금리 5.75%를 넘어서면서 모든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부 대출 최저금리가 이모기지론 금리를 웃돌게 됐다.

우리은행의 이번주 초 주택대출 금리는 5.97~7.47%로 지난주 초에 비해 0.05%포인트 올랐다.

대출 최고금리가 7.5%에 육박하며 시중은행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 하나, 외환은행[004940]의 이번주 초 대출금리는 6.07~7.17%와 6.17~6.87%, 6.18~7.03%로 각 0.05%포인트씩 올랐고 농협의 주택대출 금리는 5.86~7.06%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 CD 발행 급증하며 금리 수직 상승

최근 주택대출 금리 급등은 은행의 CD 발행 증가로 주택대출 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 금리가 급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2월15일 이후 지난달 16일까지 두달동안 4.94%를 유지하던 CD 금리는 이후 상승세를 재개하며 18일 현재 5.07%를 기록하고 있다.

2001년 8월8일 5.10% 이후 5년9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며 작년 9월 이후 9개월째 동결되고 있는 콜금리에 비해서는 0.57%포인트나 높다.

이달들어 17일까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과 농협 등 6개 은행의 CD 발행잔액은 51조4천391억원으로 지난달말에 비해 2조8천320억원 급증했다.

이들 은행의 CD 발행 잔액은 올 1월말 54조7천706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들었으나 이달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은행 요구불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자금이 이동함에 따라 은행들이 CD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CD금리가 이상 급등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은행들에 자제를 당부했다.


◇ 추가 상승 전망..가산금리 인상 촉각

은행권은 당국의 우려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CD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상과 외은지점 외화차입 규제 등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 영향으로 은행들이 CD 시장 외에 마땅한 자금조달 통로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 금리가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통안채 발행 증가 우려와 미국 금리 상승세 등 영향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CD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8일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급등한 5.29%를 기록하며 작년 4월18일 5.24% 이후 1년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은행채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도 은행들의 CD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할 태세여서 주택대출 금리가 단기간에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부가 7월부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요율을 인상할 경우 주택대출 신규취급분 가산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상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0.15~0.30%포인트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가산금리 인상 방침을 굳힌 채 구체적인 인상폭을 논의하고 있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전적으로 부담토록 결정할 경우 3년만기 대출 기준 연 0.20%포인트의 가산금리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보료 인상이나 근저당 설정비 은행 부담 등 조치로 은행의 비용이 증가하면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그러나 최근 CD 금리가 지나치게 급하게 오르고 있어 고객 부담을 키울 수 있는 가산금리 인상폭을 확정하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자 부담 눈덩이..경기 충격 우려도

CD금리 상승분이 고스란히 주택대출 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와중에 대출 가산금리까지 오를 기미를 보이면서 주택대출자들은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대출 최고금리는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2005년 8월 이후 1.88%포인트나 급등했다.

여기에 가산금리 인상요인이 대부분 반영될 경우 대출금리 상승폭은 2.0~2.4%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경우 주택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 받았다면 연간 이자부담은 최고 790만원으로 240만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지난달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218조원을 기준으로 할 때 이자부담이 연간 5조2천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주택 대출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며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있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줄만 한 지표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콜금리가 여러달째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금리 상승 속도의 조절과 함께 서브프라임 문제 발생 때 미국의 조치처럼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대출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토록 해 98% 수준인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024110] 기은경제연구소도 "종부세 부담과 주택법 개정 등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비용의 증가는 주택가격의 급락을 촉발할 수 있다"며 "고용시장이 호전되지 않은 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할 경우 가계부실이 소비둔화와 경기침체로 연결되면서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