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과 동해선 열차가 시험운행한 17일.경의선 출발지인 문산역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탑승객들은 물론 역사적 현장을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파주시민들까지 몰려나와 열기가 뜨거웠다.

반면 북측 금강산역에서 열렸던 출발 행사는 역사 주변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조촐했다.


◆"시작이 위대하다"

남북 간 철길이 연결됐지만 마음이 멀어서였을까.

문산역에서의 환담에서 남측 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어제 온 비가 56년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해 물 청소를 세게 했나 보다"고 기분 좋게 덕담을 했다.

그러나 북측 대표인 권호웅 내각 참사는 "금강산은 아직 물청소 중"이라며 호응하지 않았다.

북쪽 금강산역도 전날과 달리 이날 맑았는데도 굳이 본인이 떠날 당시를 기준으로 날씨 얘기를 한 것이다.

이 장관이 "이제 우리가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라며 "남북이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의 역사"라고 감격해 하자 권 참사는 "아직까지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마시라"고 했다.

이에 이 장관이 "시작이 위대하다는 것"이라고 말을 고치자,권 참사는 "포부는 원대하게 갖고 소박하게 시작하자"고 또 수위를 낮췄다.

북측 박경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이 "권 참사의 말씀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 수습했다.


◆역사적 순간은 노래로

경의선 열차가 도라산역을 지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시간은 낮 12시18분.남측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 순간에 노래라도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즉석 제안하자 남측 내빈을 중심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북측 내빈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특히 이 장관 등은 열차 내에 준비된 소형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북측 권 참사와 함께 좌석에서 일어나 같이 노래했다.

통일부 김기혁 기반팀장이 "이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말하자 남북 대표는 노래를 마치고 박수를 친 뒤 악수를 했다.


◆"동해선은 김 위원장이 먼저 제안"

'국민의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과 이재정 장관에 앞서 지난해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이날 경의선에 탑승,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임 이사장은 "2002년 4월 대통령 특사로 방북했을 당시 우리는 경의선 연결을 제의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동해선마저 연결하자는 제안을 먼저 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시험운행 하루 전 북측 군부의 반대로 시험운행이 무산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이 전 장관은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장관직은 하나의 정거장일 뿐이며 역사는 계속 흘러가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힌 뒤 "인내와 끈기를 가지면 대부분 이뤄지는 게 남북관계의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금강산역 행사는 조촐

축제 분위기였던 문산역과 달리 북측 금강산역 행사는 조촐하게 예정보다 40분이나 앞당겨 끝났다.

동원된 학생들이 손을 흔들었으나 인근 주민들은 행사 사실을 모르는 듯 열차가 지나가도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멍한 눈으로 볼 뿐이었다.

역사 주변은 정리가 덜 됐고 초록색·하늘색 덧칠을 한 북측 열차는 옆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1968년 8월9일'이라는 큼직한 글귀가 붙어 있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이번 시험운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고 했다.

남측 동해선 기관사 김동률씨는 "1968년식 기차였지만 관리를 굉장히 잘해서 기관실과 운전실 등이 매우 깨끗했다"고 말했다.

북측 기관차는 무전기가 없어 모든 신호를 수신호로 처리했다.

취재가 제한되는 가운데에도 동해선 북측 기관사 로근찬씨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소감을 묻자 "조국 분단 역사에서 진짜 잊지 못할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단/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