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 도착해 이틀 간의 UAE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이란 대통령이 걸프 연안의 대표적 친미(親美) 국가인 UAE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칼리파 빈 자예드 알-나흐얀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걸프 지역의 안보 문제와 양국 간 통상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외국 군대가 이 지역(걸프)에서 철수해 역내 국가들에 안보를 스스로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이란의 메흐르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상부상조하면 걸프 지역을 평화와 우정이 충만한 곳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발언은 UAE 정부에 미군 주둔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UAE에는 미 해군 기지와 U2 정찰기 부대 등이 있다.

나흐얀 대통령은 중동지역의 긴장을 초래하는 원인이 제거되길 바란다며 국제사회가 역내에 관계된 결정을 내릴 때 안보와 발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국가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다고 강조했다고 UAE 관영 통신인 WAM이 보도했다.

이 발언은 이란의 핵 개발 문제와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에 관해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에 아부다비를 찾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을 떠나면서 통상, 에너지, 합작투자 분야에서의 협력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지만 영유권 분쟁 등의 여파로 정치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란은 UAE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아부 무사 섬 등 호르무즈 해협 입구의 3개 섬을 1971년 자국 영토에 합병했고, UAE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들 섬의 반환을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UAE 당국이 이들 섬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이란 잠수부들을 나포했다가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들 섬의 영유권 문제는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돼 왔다.

그러나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전체 수입의 20%(약 80억 달러) 정도를 UAE에 의존할 정도로 UAE는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UAE 거주민의 10% 가량인 약 50만 명이 이란인으로 알려져 있다.

UAE에 있는 이란인들의 자산 규모는 3천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지 분석가들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번 UAE 방문이 경제 분야에 주로 한정돼 있던 양국 관계가 정치분야에서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대외 교역 분야에서 이란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두바이에 들러 자국 기업인과 동포 대표들을 만난 뒤 14일 오만으로 떠난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