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600을 돌파했지만 주가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글로벌 증시에서 낯선 현상이 아니다.

'거품 경계령'에도 불구하고 5월에만 21개국,올 들어서는 30개국 증시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세계 증시의 이 같은 활황장세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힘입은 바 크지만 전 세계 상장사들의 이익 급증이 1차 요인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13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세계 주요 50개국 3500여개 상장사의 총 영업이익은 2005년 말 현재 3조410억달러다.

2001년 1조4190억달러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2001~2005년 중 연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21%에 달한다.

이는 1990년대(1990~2000년) 증가율 14%의 1.5배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 기업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유럽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001~2005년 중 연 31%씩 급증했다.

일본과 아시아(일본 제외) 기업도 각각 30%와 2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다만 미국은 15%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상장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665개 상장사(금융회사 제외)의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12.2% 늘어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또 올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미국 500대 기업의 66%는 시장 전망치보다 좋거나 기대에 부합하는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유럽권에서도 '깜짝 실적' 발표가 잇따르고 있으며 신흥시장의 대표주자인 중국 기업은 매년 30~40%의 이익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상장사들의 이익 급증 때문에 사상 최고가 행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의 주가 수준은 아직 부담스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주가 상승률보다 이익 증가율이 더 높아 추가 상승 잠재력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가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2000년대 초반보다 지금이 더 낮다.

MSCI 선진국지수 대상 기업의 PER는 2001년 20배 안팎에서 현재 15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MSCI 이머징마켓지수 PER도 13배로 최근 20년 평균치 14배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경제권이 부상하는 다극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업의 이익이 급증하고 있는 게 주가 동반 상승의 숨은 배경"이라며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여부와 무관하게 세계 증시는 장기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