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LG가 가는 곳엔 우리도 간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들 대기업이 중국에 이어 동유럽 인도 베트남 등지로 글로벌 영토를 확대해 나가면서 여객 및 화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특히 이 같은 '비즈니스 고객'은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운영되는 '관광 고객'에 비해 항공료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항공사들로선 '꿩 먹고 알 먹는'격이 되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3월 말부터 인천과 오스트리아 빈을 잇는 여객노선을 주3회 신설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인천~빈 화물 노선을 주3회에서 주10회로 대폭 늘렸다.

관광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빈에 대한항공이 여객 및 화물노선을 집중 배치한 이유는 이곳이 국내 대기업들의 공장이 밀집한 동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현재 동유럽에는 현대차 체코 공장,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삼성전자 헝가리 및 슬로바키아 공장,LG전자 폴란드 공장,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 등이 포진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동유럽에 잇달아 공장을 세우면서 여객 및 화물 수요가 급증한 데 발맞춰 빈 노선을 확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또 현대차 공장에 이어 삼성전자 TV공장이 들어설 인도 첸나이에 화물 노선을 지난해 주 1회에서 최근 주 3회로 확대했다.

아울러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눈 앞에 둔 러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자 최근 모스크바 화물노선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여객노선을 각각 신설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국내 기업들의 진출 지역에 잇따라 노선을 신설하거나 증편하고 있다.

자원의 보고로 각광받고 있는 카자흐스탄 알마티가 대표적인 예다.

LG상사 현대종합상사 등 국내 종합상사들이 카자흐스탄 자원개발 사업을 본격화하자 지난 2월 알마티 노선을 주 1회에서 2회로 늘린 것.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천~알마티 노선 탑승고객의 80%는 해외 출장에 나선 기업 고객"이라며 "이 때문에 알마티 노선은 이코노미석은 남아도 비즈니스석은 항상 만석인 독특한 구조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유럽을 찾는 기업인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하반기 중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주 4회에서 주 7회로 늘리기로 했다.

'스타 얼라이언스' 제휴 항공사를 활용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법인 및 판매법인이 포진한 유럽 전역으로 기업인들을 실어나른다는 구상이다.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오른 베트남 노선에도 두 항공사가 앞다퉈 증편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하노이 노선에 투입하는 비행기를 2005년 5월 177석 규모의 에어버스 A322기에서 260석짜리 보잉 B767로 바꾼 데 이어 작년 9월부터 290석짜리 A330기를 일부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부산~호찌민 노선도 최근 주 3회 규모로 신설했다.

대한항공도 이에 맞서 주 3회였던 인천~호찌민 노선을 지난해 주 7회로 증편한 데 이어 올 들어 부산~하노이 노선을 주 2회에서 주 4회로 늘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들이 환율 및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양대 항공사의 진출지역도 이에 발맞춰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