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간 공방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두 전직 의장은 8일 노 대통령이 전날 자신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정책발표회에서 노 대통령이 자신의 당 해체 주장을 '구태정치'로 몰아붙이며 비판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야말로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의장은 "김근태가 구태정치를 한다고 공격했지만 그런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딱지를 붙이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식 분열정치"라며 "외부선장론을 꺼내 내부 사람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고건 정운찬을 품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낙마시켰다"고 반격했다.

그는 '당 해체 주장하려면 나가라'고 한 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누가 누구보고 나가라는 것이냐"며 "당 울타리를 고집하겠다는 것은 2·14 전당대회 결의 사항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범여권의 통합 작업을 지역주의와 연결시킨 것에 대해서도 "(나는) 단 한번도 지역주의와 인연을 맺은 적이 없다.

대통령이야말로 일관되게 특정지역에 매달려온 분 아닌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전 의장은 이날 노 대통령과의 숨겨진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당 의장 시절인 지난해 여름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나를 비판하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며 "얼마 안 있어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과 똑같은 4년 중임제 개헌을 제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의나 사과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정 전 의장도 이날 자신의 홈페지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적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각 정치세력이 다양한 논쟁과 실천을 하는 것을 구태정치라 부르는 것은 독선과 오만에서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노 대통령을 다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은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당부터 해체하자는 무책임한 행동을 비판한 것"이라며 "당이 공론을 모아 질서있게 통합을 추진할 경우 설사 지역당으로 가더라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며,질서있는 통합을 전제로 한 열린우리당의 해체 역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강동균/이심기 기자 kdg@hankyung.com